입력2006.04.03 00:20
수정2006.04.03 00:23
독일에서 '반(反) 헤지펀드' 바람이 거세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헤지펀드를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데 이어 재계에서는 주식을 장기간 보유한 주주에게는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방법으로 이들 펀드의 경영참여를 제한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독일 정부와 재계가 단기 차익을 노려 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헤지펀드들의 폐해를 막기 위해 주식 보유기간에 따라 의결권을 차등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재계는 의결권 차등 부여 방안으로 주식 보유기간이 긴 장기투자자에게 의결권을 더 많이 주는 대안을 유력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등의 경우 주식보유 기간이 긴 주주에게 의결권을 두 배 이상 부여하는 기업이 6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재계는 또 '황금주(golden share)' 제도를 도입,공공성이 강한 기간산업에서는 정부가 주요 의사결정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ABI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1주·1의결권' 원리를 지키는 기업이 97%에 달한다.
반면 유럽의 300대 대기업 가운데 33%는 '1주·1의결권' 원리를 따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ABI의 피터 몬태그논 이사는 "의결권 차등 부여는 현 경영진에 대한 우호지분을 늘려 경영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그러나 우호지분과 적대적 지분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인위적인 시장개입에 해당돼 금융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독일에서는 헤지펀드를 주축으로 한 외국인 주주의 압력으로 자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자리에서 쫓겨나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정치권과 재계를 중심으로 이들에게 일정한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슈뢰더 총리는 "헤지펀드를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며 내각에 대응책을 지시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