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박리다매'로 버틴다...1분기 교역조건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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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高)유가 등의 여파로 수입단가가 치솟으면서 지난 1.4분기 중 교역조건이 사상 최악수준으로 악화됐다.
한국은행은 17일 지난 1∼3월 중 월평균 순상품교역조건지수(2000년=100)가 82.2로 전분기 대비 0.5% 하락,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정한 상품을 수출한 돈으로 얼마를 수입할 수 있는지를 가리키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작년 1분기 88.7에서 △2분기 86.3 △3분기 83.9 △4분기 82.6으로 하락세를 지속해 왔다.
이처럼 순상품교역조건이 크게 나빠진 것은 주력 수출품목인 휴대폰과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의 수출 단가가 하락한 반면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유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1분기 중 수입단가지수는 113.2로 전분기 대비 1.2% 오른 반면 수출단가지수는 93.0으로 0.6% 높아지는 데 그쳤다.
수입단가는 곡물, 전기.전자 등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원유, 철강재, 기계류, 정밀기기 등의 가격이 올라 상승폭이 컸다.
그러나 총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0.2% 상승한 136.2를 나타냈다.
비록 교역조건이 악화됐지만 수출물량 증가폭(전년동기 대비 8.2%)이 수입물량 증가폭(2.7%)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수출 단가 하락을 '박리다매' 전략으로 버텨 왔다는 증거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작년 1분기 135.9에서 △2분기 141.5 △3분기 134.0 △4분기 145.5로 소폭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기업들은 수출에 소극적이게 된다"며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교역조건 악화가 지속되면 경기 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순상품교역조건지수란
한 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가리키는 것으로,수출단가지수를 수입단가지수로 나누고 100을 곱해 산출한다. 수출(수입)단가지수란 각 수출(수입)품의 단위당 가격을 가중 평균해서 낸 것으로 2000년 가격을 기준(100)으로 한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하락하면 총 수출금액이 똑같더라도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줄어든다. 예컨대 이 지수가 100에서 50으로 떨어지면 휴대폰 한 대를 수출해서 번 돈으로 원유 10배럴을 수입하던 것을 5배럴만 수입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