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평가절상 조짐,세계 경기둔화,북핵 등 악재에 휩싸이며 주춤하던 증시 수급상황이 최근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지난해 상승장의 주역인 투신권과 연·기금이 지수가 910선으로 떨어진 4월말부터 매수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조정기를 맞아 일부 이탈 조짐을 보이던 시중자금도 다시 증시로 방향을 돌리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8월 대세상승을 앞둔 상황과 지금이 비슷하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기관 매수 지속,자금 유입 재개 기관투자가들은 종합주가지수가 910선으로 추락한 지난달 말부터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대 큰손인 투자신탁이 먼저 나섰다. 투신은 강력한 지지선이던 920대가 장중 처음으로 무너진 지난달 18일부터 매수 우위를 보이며 이후 한 달간 24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연기금도 기관의 뒤를 좇아 매수에 가담했다. 4월 중순께 10여일간 6000억원 넘는 매물을 집중하며 지수 낙폭을 키웠던 연기금은 900선 붕괴를 위협받던 지난달 29일부터 '사자'로 전환했다. 보험사들도 최근 3주간 하루를 제외하고는 전부 매수 우위를 기록하며 저가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멈칫 하던 자금 유입도 다시 관측되고 있다. 3~4월 두 달간 2조원가량 줄었던 고객예탁금은 지난 한 주(9~13일) 동안 1683억원 불어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식형 펀드 수탁액도 한 달 넘게 상승 행진을 지속,11조9420억원에 달하며 역대 최고치(12조300억원)에 바싹 접근했다. ◆수급 개선으로 하방경직성 확보 이 같은 수급 개선은 첩첩이 쌓인 악재 속에서도 증시가 910선을 전후로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는 원동력이라는 평가다. 세종증권 임정석 팀장은 "수급 강화에 힘입어 증시가 점차 악재에 둔감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상승 추세로 복귀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신증권 김동욱 연구위원도 "기관투자가들의 매수 재개로 투자심리가 호전되면서 하방경직성을 강화했기 때문에 경제지표의 악화에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돌발 악재가 출현하지 않을 경우 조만간 상승 추세로 복귀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위원은 "작년 7월에도 지금처럼 위안화 절상,미국 금리 인상,고유가로 비관론이 득세했지만 수급 강화에 힘입어 8월부터 본격 상승을 시작했다"며 "지금도 그때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910선을 지지선으로 일정 기간 추가 조정을 보이다 IT(정보기술)주를 중심으로 상승 추세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