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7일 오전 전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 참여정부가 중소기업 정책에 주력하고 있는 배경과 향후 정책방향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한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으로, 양극화 해소 및 동반성장의 핵심이 중소기업이며 향후 중소기업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반영하듯 노 대통령은 이날 "아무래도 문장으로 다듬은 말씀을 드리면 하고 싶은 얘기가 충분히 전달이 안되는 것 같아 그냥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겠다"며 준비한 연설문을 접고 즉석 연설에 나섰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예정된 연설시간 보다 20분 가량을 넘겨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 중소기업 정책을 둘러싼 고민, 참여정부 중소기업 정책의 발전과정 등을 일일이 소개했다. ◇"중소기업 정책에 승부 걸것" = 노 대통령은 우선 우리 경제에서 위치하는 중소기업의 좌표를 설명했다. 중소기업이 양극화에 따른 고통의 핵심 또는 중심에 서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여러분의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소비진작, 국민소득 격차, 경제활성화 등이 다 잘 안되게 돼있다"며 "곧 십자로, 교차로, 병목의 위치에 중소기업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출은 잘되나 경기는 회복되지 않는' 현상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중소기업에 정책의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정책 불신 극복이 고민" = 하지만 중소기업 문제의 경우 비단 참여정부 이전 역대 정부가 중점 정책으로 추진해 왔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현실을 짚었다. 중소기업 문제가 해소돼야 경제가 한단계 발전할 것이라는 명제를 재확인하면서도 "지금까지 성장하지 않은 것을 노무현 정부가 외친다고 되리라는 보장 있느냐는 게 저의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노 대통령은 또한 "여러분들이 정부의 말에 대해 갸우뚱, 반신반의하는 상황이라면 `정말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진심으로 저의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맞춤식 정책을 만들어 보자" = 노 대통령은 역대 정부가 해온 중소기업 정책과 참여정부가 기획.입안한 중소기업 정책의 근본적인 차이를 `맞춤식 정책'으로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초기에 보고받은 중소기업 정책을 "80년대, 90년대 나온 정책이 지금도 그냥 쓰이고 있는 것", "효과 있느냐고 질문하면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하는 정책들이 그냥 올라오고 있었다"는 말로 혹평했다. 노 대통령은 "그래서 정책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며 지난해 초에는 6천여개 중소기업, 같은해 7월에는 약 1만개 중소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맞춤식 정책'이 탄생하게 됐음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기왕의 정책을 집대성한 게 아니라 하나하나 검토해 털어버릴 정책은 털어버리는 것을 전제로 했다"며 "많은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 `필요한 정책을 해보자'고 해서 정책을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그때(2004년 초)는 중소기업금융 정책을 중심으로 했다"며 "이는 2003년 6월부터 일부 업종에 대한 집중정인 대출증가로 소위 중소기업발 금융위기 신호가 포착돼 중소기업 금융에 대해 단속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중소기업 정책 시리즈내고 있어" = 노 대통령의 지난해 7월 중소기업 지원 종합대책에 이은 일련의 정책 양산이 중소기업의 기술혁신과 벤처 생태계를 염두에 뒀음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전망도 없는 중소기업의 목숨만 연명해 하루라도 더 이어가는 것은 장기적으로 정책이 될 수 없다"며 "기술을 보고 소위 위험투자, 모험투자를 하는 자본이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노 대통령은 "기존에 하던 지원책을 끊어버린 것은 섭섭할 것"이라고 짚은 뒤 "성과없는 정책은 하지 말고 국민들 앞에 이것은 안되는 것이라고 고백을 하자"는 평소 소신인 `섭섭한 정책'을 내놓은 이유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에 소극적 공무원 곤란할 것" = 노 대통령은 이어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어떤 정책이 어떤 정도의 실효성이 있는 지를 하나하나 점검해 나갈 것"이라며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협력하고 믿는 문화'가 대기업 내에 정착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대기업을 관료조직과 비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기업도 묘해서 조직이 크다보면 관료조직이어서 한쪽에서는 상생원리에 의한 거래, 규칙을 적용하고 한쪽에서는 골병 들이는 중소기업을 아주 어렵게 하는 정책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최근 다른 부처에서는 균형발전한다고 정부기관을 바깥으로 내보낸다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또다른 부처는 수도권 한복판에 새로운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발표하는 일이 생긴다"며 최근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둘러싼 정부내 갈등의 부적절성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우리 정부 정책 어느 구석에서라도 중소기업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하나하나 하겠다"며 "올 연말쯤 가서는 아마 중소기업 육성정책에 적극적이지 않고 해야 될 일을 내팽개쳐 놓고 있는 공무원들은 입장이 곤란해 질 것"이라며 `중소기업 살리기'에 강한 의지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