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유분인 에틸렌을 포함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의 폭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세코(SECCO·영국 BP와 중국 시노펙 합작사)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증설 이후 공급을 늘린 데다 중국 가공업체들마저 추가 가격 하락과 위안화 절상을 기대하며 원료 구매를 늦추고 있어 제품 값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SK㈜ LG석유화학 삼성토탈 한화석유화학 등 국내 유화 업체들은 범용제품의 가동률을 줄이고 원가 절감에 적극 나서는 방식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부터 속락하던 에틸렌 가격은 최근 1주일 사이 t당 700달러에서 635달러로 급락했다. 벤젠 가격도 같은 기간 t당 730달러로 7.5% 떨어지며 간신히 700달러대를 유지했다. 이들 제품을 원료로 쓰는 스티렌모노머(SM)와 에틸렌글리콜(EG) 파라자일렌(PX)과 같은 중간 원료의 가격도 일제히 10∼20%의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유화 업체들은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기업들은 △원가 절감 △수출선 다변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중 확대 등 장단기 대책을 마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그동안 부산항을 통해 수출하던 물량을 생산공장인 충남 대산단지와 가까운 경기 평택항으로 돌려 수송비를 줄이는 등 원가를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SK㈜ 관계자도 "유화제품 가공업체들의 수요 부진으로 중간 원료 수요도 급감하고 있어 에틸렌,벤젠과 같은 기초 유분 생산공장의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며 "특히 내화성폴리에틸렌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석유화학 관계자도 "이달 초 고부가가치 비스페놀A 공장을 본격 가동했다"고 말했다. 안상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기업들은 고부가제품 생산 설비를 확충하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해 업체간 인수·합병(M&A)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