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이틀째 계속된 남북 차관급 회담은 첫날과는 달리 순탄치 못한 상황이 이어졌다. 양측 모두 합의문 형태의 구체적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으며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분위기도 느껴졌다. ○…남측 수석대표인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오전 회담이 끝난 뒤 가진 브리핑에서 굳은 표정을 지으며 "협의를 계속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해 의견 조율에 애를 먹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낮 12시30분으로 예정됐던 남북 공동 오찬이 돌연 남과 북의 개별 오찬으로 변경된 것도 '틀어진' 분위기를 반영했다. 이에 따라 전날 남북회담 대표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오찬을 진행했던 것과 달리 이날 오찬은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졌다. ○…양측은 오찬을 끝낸 뒤에도 1시간50분 동안 연락관 접촉 창구만을 열어놓은 채 각각 전략회의를 가진 뒤 오후 3시20분에야 수석대표 접촉을 시작했으나 30분 만에 끝이 났다. 남측 회담 관계자는 "난항,진통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어둡다"고 말했고 북측 관계자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후 오후 5시35분부터 남측 제의로 실무대표 접촉에 들어갔으나 협상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수석대표의 격(格)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북측 관계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대남관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실권을 감안할 때 조평통 부국장은 당연히 부상(차관)급"이라며 "북과 남이 제도와 기구가 다른데 그렇게 아리까리한 문제를 굳이 따질 필요가 뭔가"라고 반문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