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中·美 통상분쟁 보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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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면바지 등 3개 중국산 섬유제품 수입쿼터제를 부활한 데 대해 중국의 반발이 거세다.
중국은 지난 14일 상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보복 조치를 경고한 데 이어 16일에는 랴오샤오치 상무부 부부장(차관)이 데이비드 시드니 주중 미 상무 담당 공사를 불러 강력한 불만과 반대 입장을 담은 정부 각서를 전달했다.
이날 저녁에는 총취앤 상무부 대변인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벌이는 형식으로 자국의 입장을 웹사이트에 올렸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의 수입쿼터제 부활이 미국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답변이었다.
총 대변인은 "중국 섬유 수출의 성장은 미국과 유럽은 물론 한국 일본 등의 외국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투자한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외국기업들이 중국 섬유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을 넘으며,올해 섬유 수출 증가분의 70%가 이들의 몫이라는 설명이었다.
더욱이 중국이 수출하는 섬유는 대부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이어서 중국이 거둬들이는 이익은 전체의 10%도 채 되지 않는 가공비뿐이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미국의 수입 규제 조치는 미국의 수입업체와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기업과 미국 수입업체 등에도 손실을 끼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 같은 중국의 대응 논리를 보면서 2003년 겨울 미국이 중국산 브래지어 등의 수입을 규제하면서 한국 기업에 불똥이 튀었던 일이 떠올랐다.
당시 브래지어를 중국에서 생산,미국으로 가장 많이 수출하는 업체는 중국 기업이 아니라 한국 남영 L&F의 칭다오법인이었다.
이 회사는 대미 수출 호황으로 생산시설을 확충할 계획이었으나 미국의 수입 규제로 시기를 늦춰야 했다.
중·미 간 통상분쟁을 '남의 집 불구경'처럼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이 다국적기업들의 세계공장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을 둘러싼 통상분쟁의 이해득실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