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조조처럼 비범한 인물로 시대를 초월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이 최근 발간된 그룹 사보 5월호에 선친인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을 회고하는 글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이 회장은 이 글에서 "(일본 전국시대 지도자인)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모두 다른 감성과 판단력을 지닌 지도자였으나 아버지는 이들 세 지도자의 속성을 모두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또 “아버지는 지독한 메모광이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나도 메모하는 습관을 배우게 됐고 형제들 중 가장 많은 수첩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선친과 현재의 이건희 삼성 회장도 비교했다.


그는 “아버지는 시간을 잘 지키고 계획된 일정에 따라 철저하게 움직이는 분이었고 그런 점에 비하면 이건희 회장은 조금 다른 측면을 지닌 사람”이라며 그러나 예리한 직관력과 동물적 감각은 결국 같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아버지는 부하 직원의 행보만 보고도 현장 상황을 파악할 정도로 예리한 직관력의 소유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친의 '선견지명과 호기심'을 상찬하는 대목에서는 "현대 경영에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적정 나이를 50대로 보고 있지만 아버지는 68세때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어 73세때에는 64KD램을 개발해 내셨다"며 "그런 아버지가 지금같이 모든 것이 인터넷, 핸드폰으로 연결되는 세상을 못보신 게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신세계에 첫 출근할 때 아버지가 나를 불러 몇가지 지침을 주셨다”며 “서류에 사인하지 말라, 어린이의 말이라도 경청하라, 알아도 모르는 척,몰라도 아는 척하지 말라, 사람을 나무기르듯 길러라 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