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강남점 2층 명품 매장을 찾은 지난 15일 늦은 오후.스승의 날,부부의 날 등 이런저런 선물할 일이 많아서인지 제법 고객들이 북적거린다. 하지만 부산한 느낌은 없다. 시원시원하게 뚫린 공간 덕분이다. 백화점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1800평의 면적에 층고도 4.2m에 달한다는 게 강남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세계 강남점 명품 매장이 자랑하는 최대 장점은 한마디로 '쇼핑할 맛'이 난다는 것이다. 과감하게 중앙을 뚫은 독특한 실내 디자인은 지난해 리뉴얼을 통해 탄생했다. 시원하게 뻗은 입체적 공간감이 살아 있어 어느 곳을 지나더라도 매장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는 듯하다. 소비욕을 기분 좋게 자극할 만한 쾌적함이다. 탁 트인 쇼핑공간이 고객 발길을 금방 잡아끈다. 덕분에 신세계 강남점은 복잡하고 답답한 것을 싫어하는 30∼40대 주부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인지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신세계 전 점포 가운데 1등을 차지했다. 효자 노릇을 한 곳은 물론 2층 명품 매장.이 곳에서만 전체 매출의 20%를 올렸다. 구매실적 상위 1%로 분류되는 S(super)VIP 고객은 전년보다 19.8%나 늘었다. "강남점의 모토는 '명품을 지향하는 백화점'이에요. 유동인구가 많은 지리적 특성상,타깃 계층을 설정하기가 어려웠는데 아예 전층을 고급스럽게 꾸미면 VIP 고객들을 끌 수 있지 않겠느냐고 판단한 거죠." 이승원 수입뷰티크 팀장의 자평이다. 그는 "특히 식품 매장을 차별화시킨 게 주효했다"면서 "명품으로 불릴만한 '먹거리'로 고급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뒤 자연스럽게 2층 명품 매장으로 유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공은 명품 매장에 입점한 브랜드의 매출에서 확인된다. 이 팀장은 "강남점에 총 60여개 명품 브랜드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전국 매장에서 매출액 1위를 기록한 브랜드가 40여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다른 명품 매장에는 없는 엠포리오 아르마니가 70평의 대형 매장을 낸 것을 비롯 소니아리켈,이세미야케,크리스찬 라크르와 등 정상급 브랜드로 이촌?한남동의 강북권,방배동 일대 강남권 '귀족'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VIP 고객만을 위한 서비스도 다른 명품관에 뒤지지 않는다. 강남점의 성공을 바탕으로 신세계는 오는 8월 본점 건물을 3000여평 규모의 전문 명품관으로 새롭게 탄생시킬 예정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남이 다 아는 브랜드,브랜드별로도 똑 같은 상품을 갖다 놔서는 자신만의 명품을 찾는 이들을 사로잡을 수 없다"면서 "구매 바이어들이 직접 해외로 나가 신세계만의 안목으로 다른 매장에는 없는 명품들로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