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기업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헛다리 짚는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기업) "대학 본연의 임무는 기초기술 연구로 기업 니즈에 무조건 맞출 수만은 없다."(대학) 최근 '대학 중심 산학연 협력,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제13회 한국경제신문-한국공학한림원 토론마당'에서 참석자들은 기업과 대학 간 바람직한 산학 협력 모델을 놓고 이같이 격론을 벌였다. 주제 발표를 맡은 김영배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학이나 정부 출연 연구소가 국가연구개발 산학협력의 80% 이상을 주도하고 있다"며 "산업 현장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는 기업 위주로 산학협력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내 대학들은 산학 협력의 필요성 자체를 절실히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산학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산학협력 성과 창출을 교수 평가에 적극 반영하는 등 대학 스스로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문식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산학 협력에 있어 고객은 기업인데 대학이 고객의 사정을 너무 모른다"며 "우리나라 교수들도 독일처럼 산업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 부사장은 현대자동차의 경우 안식년을 맞이한 교수들을 자문 교수로 초청해 실무 경험을 쌓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 교육에 대해서도 "갓 졸업한 대학생이 현대자동차에서 생산 업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3∼4년의 교육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대학 수업이 기업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들은 대학이 기업의 수요에만 따를 수는 없다고 맞섰다. 나정웅 광주과학기술원 원장은 "교수들이 실무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대학은 기초기술 연구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나 원장은 "산학 협력은 기업이 대학의 기초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대학과 기업 간 조정업무를 맡는 전문가를 양성해 산학 협력에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승 한양대 교수는 "한양대의 경우 산학협력 성과를 교수 평가에 반영하는 등 대학들도 변하고 있다"며 "기술 개발은 대학이 주도하고 사업화는 기업이 전담하는 모델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송정희 정보통신부 IT정책자문위원은 "각 지역별로 정부가 지원하는 산학지원센터를 설립해 당분간 센터가 기업과 대학 간 협력을 주도해 나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