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일자) 국적포기 논란에서 생각해볼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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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기피를 막겠다는 국적법(國籍法) 개정이 몰고온 파장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지금까지 국적포기자가 1000여명에 이른다는 사실에서는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됐는지 개탄스럽기도 하지만, 여론에 편승해 다분히 선동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일부 정치권의 모습도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개정 국적법은 부모가 미국처럼 속지주의(屬地主義)를 채택한 나라에 한시적으로 체류하던 중 태어난 이중국적자들은 국내에서 병역의무를 마치기 전엔 한국국적을 포기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이중국적을 병역기피에 악용한 경우가 많았고, 지금도 이를 위한 원정출산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법개정의 취지는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걱정되는 것은 국적포기자가 증가하면서 빚어지고 있는 작금의 사태다. 부모 명단을 공개한다는 등 인민재판식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마저 나타나고 있다. 부모들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점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대응해서야 되겠는가. 국적포기자들에 대한 재외동포 권리 박탈 등 아예 한국 땅에는 발도 붙이지 말라는 식의 추가적인 법개정안까지 내놓는 것은 아무래도 감정적 대응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솔직히 말해 사실상 부모의 의사결정에 따른 국적포기로 졸지에 병역을 기피한 파렴치범이 돼버린 아이들 입장도 생각해 볼 일이다. 어떻게 보면 국가가 나서서 이들이 나중에 스스로 국적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剝奪)한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국적법 개정에서 오로지 병역문제가 전부인 것처럼 접근하는 방식이 과연 옳은지도 따져 볼 점이다. 국가간 자원과 인력이동이 자유로운 글로벌 시대는 국적 문제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요구하는 측면 또한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보다 크고 넓은 차원에서 국익을 위한 방향을 깊이 생각해 보는 냉정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