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창립 60주년(2007년)을 계기로 신생 종단 이미지를 없애고 전통적인 출가불교와 현대적인 재가불교의 이원적 위상을 정립하겠습니다. 또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적 불사를 전개하고 민족 통일과 상생에도 기여해야지요." 20일 불교계의 재가종단인 대한불교 진각종의 제27대 통리원장에 오르는 회정(悔淨) 대정사(54)의 포부다. 진각종은 조계·태고·천태종과 함께 불교계 4대 종단의 하나로 다른 종단과 달리 출가자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머리를 깎은 출가승이 없고 재가승과 신자들로 이뤄진 밀교종단으로 불상 없이 진리 그 자체인 법신(法身) 비로자나불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다. 통리원장은 다른 종단의 총무원장에 해당하는 행정 총책임자다. "전통 불교와 새 불교가 공존하며 발전해야 우리 불교가 종교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진각종은 통일·복지사업을 불교계에서 가장 먼저 전개하는 등 선구적인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현재 78만명인 진각종의 교세가 지금의 두 배만 돼도 충분히 한국불교를 이끌어갈 수 있어요." 앞으로 4년 동안 종단을 이끌 회정 원장은 신라 삼국통일의 계기가 됐던 명랑 법사의 '문두루비법' 복원,복지·통일사업 확대,진각종의 총본산을 이룰 한국불교문화센터 건립을 3대 목표로 제시했다. 또 진각종 사상 처음으로 여성 재가승인 이행정 전수를 문화사회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여성의 역할도 확대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논의돼온 출가승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회정 원장은 "예전의 우리 사회는 지금처럼 십자가가 넘쳐나고,도심에 법당이 들어서지 않았어도 정이 넘쳤다"며 "사랑과 자비를 외치는 종교의 교화 활동이 활발한 데도 사회가 반복과 질시로 가득 차 있어 종교인의 대각성 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