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항만의 병목 현상이 심해지면서 화물 처리 능력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보도했다. FT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롱비치항 인근에 수십척의 선박이 하역을 제때 하지 못해 해상에 정박하고 있으며 하역된 화물을 내륙으로 운반하기 위한 차량들이 항구로 몰려들어 극심한 혼잡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특히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유입되는 화물이 급증하고 있으며 서부에서 시작된 정체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서부항을 대표하는 태평양해사협회(PMA)는 올해 서부 항만으로 유입되는 수입물량이 지난해보다 14%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물류회사 허브그룹의 마크 이거 사장은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지 않는 한 미국 항만들은 화물 수송량의 한계를 시험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물동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7월부터 12월까지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미국 서부항의 화물 적체가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확산돼 기업들의 원자재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해상 운임 단가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경기가 호전됐고 중국의 저가 제품 수입이 급증했지만 물류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화물 처리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항만 노조의 힘이 강해 최신 설비 도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근무시간도 연장하지 못해 정체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만적체 등으로 운송비용이 치솟으면서 운송파생 상품인 화물선도계약(FFA)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FFA란 화물운송비용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파생상품으로 런던 발틱 해운거래소에서 집계되는 운임지수를 기준으로 거래된다. 리서치회사 셀레트는 FFA가 지난해 300억달러로 70%나 급증했으며 올해 규모도 작년보다 7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럭 운송회사인 JB헌트의 폴 버건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물류망은 경제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문제가 생기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물류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