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의 경전인 서경(書經)에는 오복(五福)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오래 사는 것(壽),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사는 것(富),편안하게 사는 것(康寧),선행으로 덕을 쌓는 것(攸好德),편안하게 죽음을 맞이 하는 것(考終命)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도 수명은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고 해서 장수를 가장 큰 복으로 여기곤 했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큰 관심은 인간의 수명이다. 우리나라가 주도하다시피하는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는 것도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 욕구에 다름아니다. 신체 내에 있는 모든 조직을 만들어 내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인간의 수명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얼마전에는 영국의 한 생명과학회사가 기적의 'DNA 다이어트 프로그램'를 개발했다 해서 화제를 모았다. 이는 개인이 일생동안 먹어야 할 음식과 절제해야 할 음식을 구별해 주는 혁신적인 요법으로,유전적 요인으로 인한 질병까지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천명이 실험자로 참여하고 있는 이 식이요법이 얼마큼 성과를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다. 20년 후 우리의 수명이 얼마나 늘어날까. 10억분의 1m 크기의 '극초소형 나노로봇'을 몸속으로 넣어서 혈관을 청소하고,병원균이 발견되면 곧바로 격멸시킨다. 장기가 노화되면 기계부품처럼 갈아 끼우고,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내다본 한국인의 미래모습이다. 150살이라고 하는 인간수명의 한계가 깨질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듣기만 해도 설레는 뉴스다. 그러나 마냥 즐거워해야 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갈수록 심화되는 물부족도 우리를 위협하는 복병들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에너지 부족 역시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장수를 좋아하기에 앞서 곰곰이 생각해야 할 문제들이다. 이런 관점에서,장밋빛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 가기에 달렸다. 무병장수의 세상이 온다 해도 편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전제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