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글로벌경영 '쓴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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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전략이 잇따라 좌절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업고 외국기업을 인수하거나 합작법인을 출범시키는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들어 이들 기업들의 적자누적과 시장점유율 하락 같은 실패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글로벌경영 노하우가 없는 기업들을 너무 서둘러 밖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이데이 노부유키 전 일본 소니 회장은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포천 글로벌포럼에서 "중국은 1980년 당시 일본이 고성장에 힘입어 해외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하는 등 지나치게 자만했다가 이후 엄청난 후유증을 겪었던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가속화되는 해외시장 진출
중국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1999년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내걸고 드라이브를 걸었던 해외시장 진출 강화 정책의 부산물이다.
중국 상무부 집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지난 5년간 해외기업 인수·합작과 현지법인 신설 등에 투입한 돈은 80억달러(약 8조원)에 달한다. 이 기간 중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곳곳에 2300여개 회사가 중국 국적을 달고 탄생했다. 이는 현재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고 있는 8200여개 기업 중 30%에 해당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78%나 늘어난 34억달러를 투자해 829개 해외 법인을 만들었다. 이 중엔 중국 둥팡전자(BOE)가 한국 하이닉스LCD사업 부문을 인수해 만든 BOE하이디스테크놀로지도 들어있다.
◆손실 누적,시장 점유율 하락
그러나 해외 진출이 졸속으로 이뤄진 여파로 해외기업들 중 중국의 투자를 받아들인 후 오히려 적자로 반전되거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 통신장비회사 알카텔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16일 중국 최대 전자회사 중 하나인 TCL과 만든 휴대폰 합작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다. 합작사가 지난해 2억5800만홍콩달러(약 33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손실이 누적되자 지분 45%를 투자원금의 20%도 안되는 6334만홍콩달러(약 82억원)에 팔고 서둘러 빠져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합작사를 발판으로 알카텔 휴대폰 사업을 인수할 계획이었던 TCL의 계획은 무산됐다.
TCL이 프랑스 톰슨의 TV브라운관 사업을 사실상 인수해 만든 합작사 TCL톰슨일렉트로닉스도 지난해 6200만홍콩달러(약 8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회사 레노버에 팔린 IBM PC사업부는 세계시장점유율이 추락한 경우다. 시장조사회사 IDC에 따르면 이 PC사업부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18%에서 올해 1분기 13%로 줄었다. 또 BOE하이디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매출이 7113억원을 기록,전년보다 13% 줄었다. 순이익도 774억원에서 116억원 적자로 반전됐다.
◆글로벌 경영 노하우 부족
중국 기업들의 이 같은 글로벌 전략 실패는 글로벌경영 노하우 없이 무작정 해외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피인수기업과 진출한 국가의 문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시장에 대해서도 무지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은 정부 지원아래 해외진출을 서두른 나머지 졸속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이데이 노부유키 전 일본 소니 회장이 중국경제의 현주소에 대해 "1980년대 일본과 비슷하다"며 중국의 해외진출 행보에 경고를 보낸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