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주성엔지어링이 다시 맞붙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옛 한국DNS)와 주성엔지니어링이 올 하반기에 선정 예정인 정부 부품소재 기술개발사업 수주전에 함께 참여한다. 부품소재 기술개발사업은 산업자원부가 지난 2000년부터 중소기업의 부품소재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70여개 품목별로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를 선정한 뒤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올해는 반도체장비 중 식각장비(드라이에처) 부문을 공모할 예정이며 이 분야 선두업체인 세메스와 주성엔지니어링이 신청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번 수주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두 업체 간 복잡히 얽힌 인연때문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세메스의 모회사인 삼성전자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장비를 납품해오다 2001년 삼성전자 경영진단팀의 납품부조리 조사에 연루돼 공급관계를 끊어야 했다. 여기에 반도체 경기마저 침체되며 주성엔지니어링은 이듬해 875억원,2003년 28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위기를 겪었다. 주성은 그러나 액정표시장치(LCD)산업 호황과 대만 등으로 판매지역을 다각화,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두 업체 간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삼성전자가 전체 지분의 62%를 출자한 세메스가 주성에 정부 사업을 뺏기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정부가 지난해 부품소재기술 개발 사업으로 신설한 300억원 규모의 전자장비부품 분야에 두 업체가 동시에 응모했으나 주성이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사업을 따낸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한 회사의 절대적 우세를 점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세메스는 지난 2월 삼성전자 미주총괄SSI법인장,부사장 등을 거친 베테랑급 전문경영인 이승환 대표를 영입,이번 승부에 총력을 쏟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대표도 최근 자사에 대한 언론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이제껏 성적에서도 두 업체 간 우열을 가리긴 어려운 상황이다. 세메스는 작년 2047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반도체장비 제조업체로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주성 역시 지난해 1669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사업건이 300억원 정도로 크진 않지만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자부는 이달 말까지 이들 두 기업 등으로부터 개발 제안서를 받고 기술성 평가와 구매 확약서 등을 통한 사업성 평가를 거쳐 오는 8월께 대상업체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