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지난달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집권한 지 만 4년이 지났다. 고이즈미 정부는 침체됐던 일본 경제를 플러스 성장 궤도로 다시 진입시킨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997~2002년 2150억달러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사건'이다. 부실 은행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일본은행 직원들로 구성된 회생전담팀을 가동한 것이 주효했다. 공적 자금을 비효율적인 공공 분야에서 사회 보장과 의료 지출로 방향을 돌리도록 한 것도 일본 경기후퇴의 악순환을 멈추게 했다. 명목 GDP도 2002년 이후 1.1% 성장했다. GDP 순증액은 53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이처럼 고이즈미의 업적은 적지 않지만 가야 할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일본경제 성장의 실질적 동력인 수출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 당면 문제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순수출은 2002년 이후 전체 GDP 성장의 40%가량을 견인해 왔다. 국내 소비지출은 GDP 성장의 10% 정도밖에 기여하지 못한다. 고이즈미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는 아직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노동법 개정은 고용 현장의 유연성을 높여줬다. 시간제 또는 계약직 노동자로 일하는 인력이 10년 전보다 15%가량 늘어나 전체 노동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 회계부문의 개혁도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시키고 인수ㆍ합병(M&A) 붐을 일으키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개혁 조치들은 수익성과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업 인건비를 줄이는 효과를 낳았다. 인건비는 1997년 이후 매년 떨어져 왔지만 근래엔 연간 4.5%라는 전례 없는 수치로 하락했다. 인건비가 줄어들면서 도산 일보 직전에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회사로 탈바꿈한 닛산 같은 사례가 여러 기업에서 나왔다. 하지만 고이즈미 정부는 경쟁력 회복으로 생긴 경제 활력을 국내 수요에 기반한 성장이 가능한 방향으로 물꼬를 터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일본의 국내 서비스 부문은 관료적 형식주의와 비효율의 상징이 됐다. 의료 부문의 경우 급속한 고령화로 고속 성장의 잠재력을 가진 산업인 데도 불구,현실은 비합리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원칙들이 횡행하고 있다. 이는 결국 혁신과 전진을 방해한다. 경제에 미치는 공공 부문의 영향력이 너무 강력하다는 점도 문제다. 가장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조세와 연금 제도다. 이것이 실패하면 고이즈미 정부의 개혁은 물거품이 된다. 소비자들은 사회 보장과 연금 제도의 기금이 줄어들고 세금 인상까지 우려되면서 은퇴 이후 삶의 질이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세 문제와 관련,재정 부실이 심화되고 있는 데도 구체적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 지출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로서는 한편으로 자금을 빌려야 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속한 조세제도 개혁이 실패하면 다음 세대에 고통을 안겨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고이즈미 정부는 조세제도 개혁을 세제의 효율과 공정성을 높이고 경제활동 의욕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소득세 상한선을 50%에서 35% 수준으로 내리는 등 소득세율을 인하하고 세금징수 대상을 줄이는 대신 탈세방지책을 마련하는 등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일본은 재정적자 심화와 급속한 노령화를 해결할 충분한 시간이 없다. 고이즈미 정부는 다음 세대로 남은 개혁 과제를 미뤄선 안된다. 고이즈미 팀은 이 과제를 해결할 최적격이자 밝은 일본 미래의 초석을 다져야 할 책임도 엄연히 갖고 있다. 정리=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 ◇이 글은 메릴린치재팬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제스퍼 콜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Japan is running out of time'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