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희 < KIST 특성분석센터 책임연구원 > 과학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첨단 분야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하지만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산업기술의 보급과 수준 향상도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하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해 기업부설 연구소가 1만개를 돌파했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첨단연구를 위한 분석 장비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정부출연 연구소,기업,대학은 고가의 장비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이 이 같은 첨단 장비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또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장비를 보유하기에는 너무 비싸고,이를 운용할 전문가 확보가 쉽지 않다. 장비 가동 시간도 상대적으로 적어 비효율적이다. 몇몇 정부출연 연구소는 이 같은 대형·고가장비를 보유하지 못한 산업체,연구소,대학 등의 고급 과학기술 수요 충족을 위해 다양한 기술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첨단 분석장비를 외부에 개방,산업체의 각종 기술적 애로사항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어도 어디에 사용하는 것인지,어떤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연유로 KIST에서는 10년 전부터 산·학·연을 대상으로 첨단 분석장비를 소개하고 기본적인 원리,활용 사례 등을 교육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해마다 6차례 이상 운영하고 있다. 맞춤 교육이 유행하고 있는 요즈음,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 다소 전공과 거리가 있는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이 같은 교육은 일종의 영양 공급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을 받는 사람은 대부분 실무자나 연구·분석을 하는 젊은 기업체 연구원들이다. 그러나 가끔은 대학을 졸업한 지 30년이 넘어 나이 지긋한 중소기업 사장님이 졸음을 참아가며 열심히 수업하는 모습을 볼 때 국내 산업 및 경제발전이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비록 짧은 교육 기간이지만 첨단장비를 설명하고 실습을 통해 장비와 기술을 소개하는 것도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정부출연 연구소가 힘써야 할 여러 역할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단기 교육도 중요하지만 한 가지 기술 분야를 대상으로 수개월간의 집중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한 도제훈련 방식으로 전문 기술인을 양성하고 첨단장비의 공동 활용을 적극 유도하는 것이 더욱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문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장비 및 교육에 필요한 예산 및 운영을 정부와 연구소가 역할 분담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대형 분석장비의 활용 기술을 적극적으로 보급하는 전문기술 교육과정을 더욱 활성화함으로써 첨단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전반적인 산업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