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IT839전략'에 대해 따끔한 한마디를 던졌다.


진 장관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능형 로봇'을 내년쯤에는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고어 전 부통령은 "로봇한테 배우는 아이들의 기분이 어떨 것인가"라며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19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 디지털포럼 2005' 개막 기조연설과 특별강연에서 "유비쿼터스 논의는 휴머니즘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논지를 시종일관 주장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한국의 유비쿼터스는 인쇄술에 이어 전 세계가 한국에 두 번째로 큰 신세를 지는 커뮤니케이션의 큰 성과"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기술이란 것은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고어 전 부통령이 진 장관의 말을 반박한 것은 이어 열린 총회에서였다.


먼저 연단에 오른 진 장관은 "아이에게 학습시키거나 집안일을 하는 지능형 로봇을 소개하겠다"며 집안에서 로봇이 아이에게 산수 계산을 가르치는 동영상을 보여줬다.


"이 로봇은 장애인이나 노인을 위해 심부름도 할 수 있을 것이며 내년께 2000달러 이하의 가격으로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뒤이어 특강을 위해 등단한 고어는 "맞벌이 부부가 로봇에게 아이를 봐달라고 한다면 아이는 무슨 기분일까"라며 서두를 꺼내 진 장관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IT839전략 중 하나로 지능형 로봇을 설명한 진 장관을 정면 공격한 셈이다.


고어는 "디지털을 통한 휴머니즘을 생각하면 기술이 오히려 휴머니즘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특강의 나머지를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데 할애하면서 "우리는 모두 휴머니즘을 찾기 위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는 오는 8월 개국하는 미국의 인터넷방송 '커런트'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날 개막식에는 결혼 35주년을 맞은 부인 티퍼 고어씨와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