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거꾸로 가는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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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앞으로 의원 다수의 찬성으로 정해진 당론에 '반기'를 들면 징계하기로 했다.
주요 쟁점 현안에 대한 당론을 의원 총회에서 공개 표결로 결정하되 의총에서 4분의 3 이상 동의할 경우 강제적 당론으로 정하고 이를 어기면 벌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4ㆍ30 재ㆍ보선 참패에 따른 수습책을 마련 중인 당 혁신위원회가 위원들에게 '함구령'까지 내려가며 1박2일 일정으로 워크숍을 열어 결정한 혁신안의 핵심 내용이다.
혁신위원장인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은 19일 워크숍 브리핑을 통해 "강제적 당론을 위배할 경우 주의와 경고,당권 정지,출당까지도 가능하다"며 "징계 수위는 당 윤리위 보고를 거쳐 상임중앙위원회가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열린우리당 의총에 전체 의원 146명이 참석한다고 가정할 때 이 중 110명이 찬성해 확정한 당론을 소속 의원이 따르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당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분히 지난달 과거사법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대규모 반란표'를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당시 의총을 통해 찬성 당론을 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란표'가 표결 참석의원의 절반 가까이 나타나 당내 심각한 분열상을 보인 것을 '반성'하는 동시에 더 이상 이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여야 간 최대 쟁점인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등의 향후 처리를 앞두고 당내 표를 묶겠다는 계산을 했음 직도 하다.
그럼에도 당내 소장파가 당장 반발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런 결정이 여당이 그토록 강조하면서 추구해 온 민주주의 기본 원리에 부합하는 것인지부터 따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당내 의견이 갈려 언론에 대서특필될 때마다 "다양성은 당내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던 쪽은 다름아닌 여당이었다.
당인으로서 당론에 따르는 게 도리겠지만 당론에 반기를 든다고 징계까지 하겠다는 것은 소신과 당론 중 무조건 당론을 강요하는 것으로 '다수 의견에 따르되 소수 의견을 존중한다'는 민주주의 원리에도 배치된다.
"비판의 목소리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재갈 물리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