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왈 "이럴 줄 알았으면 악마와 결혼하는 게 나았을 걸"하자 남편이 대꾸했다. "그럼 근친혼이 됐게." 해외유머에 나오는 얘기지만 부부끼리 싸우다 보면 훨씬 더한 말도 오간다. "어쩌다 당신같은 사람이랑 결혼했을까.지옥이 따로 없어.진짜 지긋지긋해." "나도 신물나. 정말이지 내 발등을 찍고 싶어." 많은 부부들이 이러고도 얼마 안가 "큰애가 오늘 시험 잘봤대." "그래,정말" 하곤 넘어간다. 그러다 또 틀어지고. 부부 싸움의 원인은 갖가지다. 외도나 무책임, 양가의 생활비 보조, 자녀 교육방침처럼 큰 것도 있지만 보통은 스포츠뉴스냐 드라마냐, 찌개 끓일 때 된장을 걸르느냐 마느냐같은 작은 일로 싸운다. 문제는 별것 아닌 일로 시작된 싸움이 커지면서 생긴다. 발단은 사소한 건데 다투는 동안 서로 지난 일을 들춰내거나 건드리면 안되는 부분을 걸고 넘어지다 보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어지는 것이다. 감정이 격해지면 서로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게 되고 결국 "미안해" 한마디면 끝났을 일이 파경으로 치닫기도 한다. 사람살이의 근간은 다 비슷한 걸까.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대 연구팀이 어느 집, 어느 부부 간에나 있을 수 있는 작은 일들이 파경 요인으로 작용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고 한다. 코 후비기, 욕실 바닥에 수건 던져놓기, 화장실 휴지 제때 안갈기, 자동차 라디오채널 멋대로 바꾸기, 얘기중 딴청 피우기 등. 지난해엔 다소 줄었다지만 국내의 이혼은 근래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혼부부의 평균 연령은 남자 41.8세 여자 38.3세, 평균 결혼기간은 11.4년이지만 20년 이상 같이 산 부부의 이혼도 18.3%나 됐다. 또 이혼부부의 65.5%가 만 20세 미만의 미성년 자녀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통계청의 '2004년 혼인·이혼 통계'). 부부 불화와 그로 인한 가족 해체는 한 가정의 불행을 넘어 사회공동체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21일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맞는 '부부의 날'이다. 혹자는 사소한 일로 트집잡는 건 심적으로 남남이 된 부부가 갈라서려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래도 해로하자면 평소 상대방이 싫어하는 일부터 고치고 하지 말 일이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