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삼보再起 기회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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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벤처인의 꿈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을 일궈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해 보겠다는 것입니다.그런 점에서 삼보컴퓨터는 벤처인들의 모델이었죠."(S사 J사장)
삼보컴퓨터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 18일 기자가 만난 한 벤처기업인은 이런 말을 했다.
벤처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봐 온 그는 아직 매출이 100억원에 불과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그에겐 벤처로 시작해 매출액 2조원을 넘긴 삼보가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셈이다.
삼보컴퓨터는 '국내 벤처1호'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1980년 7월 서울 청계천의 한 사무실에서 이용태 명예회장 등 7명이 자본금 1000만원으로 공동 창업한 회사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삼보의 뒤를 따라 PC산업에 진출할 만큼 대기업과 함께 국내 PC시장을 이끌어온 주역이었다.
벤처로 시작해 매출액 2조원대로 성장한 드문 케이스로 꼽힌다.
삼보가 어려워진 것은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삼보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1812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162억원에 불과하다.
이익률 0.7%로 1000원어치 팔아 7원 남긴 셈이다.
일각에서는 제조자디자인생산(ODM) 방식으로 공급했던 수출 건에서 삼보컴퓨터가 가격협상력을 갖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삼보의 상품 기획력과 마케팅 능력은 수준급이다.
실제로 삼보의 상품 기획력은 노트북 PC '에버라텍'의 성공 사례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데스크톱 PC에서도 2003년 신개념 서랍형 모듈러PC '루온'에 이어 지난해엔 본체와 모니터를 합친 일체형 '루온 올인원'을 내놓아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연구개발에 힘써 온 흔적이 역력하다.
삼보는 한국 PC산업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유일의 PC 전문기업이다.
최근 100만원 이하의 값싼 노트북 '에버라텍'을 만들어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린 점도 인정돼야 한다.
삼보마저 무너진다면 국내 PC시장은 대기업과 외국계 업체들만의 각축전이 될 것이다.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비운을 맞게 된 삼보에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명수 IT부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