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디트러니 미국 국무부 대북(對北) 협상대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의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직접 찾아가 미국은 김정일 위원장 체제 하의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북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북한은 그동안 뉴욕채널을 통해 미국의 적대정책 변회의지가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직ㆍ간접적으로 밝혀왔다. 북한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북 주권국가' 발언에 대해 "(미국이) 공중에 대고 '주권국가'라고 한마디 던진 것을 믿고 우리더러 일방적으로 회담에 나오라는 것은 강도적 요구에 불과하다"며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고수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8일 "미국이 우리를 주권국가로 인정하며 6자회담 안에서 쌍무회담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보도들이 전해지고 있기에 그것이 사실인가를 미국측과 직접 만나 확인해 보고 최종결심을 하겠다고 한 것뿐"이라며 뉴욕채널을 통해 미국의 입장을 직접 듣고 싶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일본에서 북한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3.7)는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바란다면 다른 통로로 돌지 말고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정책 전환의 입장을 공개 표명하거나 북ㆍ미 뉴욕채널을 통해 공존 의사를 직접 전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대북 협상 실무대표인 디트러니 대사가 북한에 주권국가 인정과 대북 공격 의사가 없다는 등의 입장을 전달한 것은 자신들에게 직접 미국의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는 북측의 압박에 큰 양보를 한 셈이 됐다. 또 이는 회담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해 달라는 북측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북한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며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는 명분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절대적 후원국인 중국의 압박과 국제사회의 6자회담 재개 노력이 거센 상황에서 미국의 이같은 입장 표명을 마냥 외면하고 거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디트러니 대사가 북한이 그동안 6자회담 재개 조건으로 줄곧 고집해 온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대해 어떤 설명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북한이 회담 복귀를 마냥 거부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제 6자회담의 공은 북한에 넘어간 상황이 됐으며 6자회담 재개는 중요한 전환점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의도를 분석, 신중한 입장 정리를 통해 반응을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 강경입장을 보였던 미국이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이 원하는 모양새를 갖춰 직접 북한에 의사를 밝힌 것은 그만큼 미국도 다급한 입장임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도 비록 원하는 수준은 아닐 수 있겠지만 북ㆍ미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는 데다 나름대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낸 만큼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의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전해진 13일(현지시간) 이후에도 여전히 방송과 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 라이스 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북ㆍ미 접촉 사흘 뒤인 진난 17일부터 미국이 6ㆍ15공동선언 이행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제로 대미비난 연재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