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삼보컴의 '블루 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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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인들의 꿈은 기술로 기업을 일궈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해 보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삼보컴퓨터는 벤처인들의 모델이었죠." (S사 J사장)
삼보컴퓨터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18일 기자가 만난 한 벤처기업인은 이런 말을 했다.
이 기업인은 매출이 100억원에 불과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컴퓨터 산업을 주도했고 컴퓨터만으로 연간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삼보가 그에겐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삼보는 '우리나라 벤처기업 1호'로 꼽힌다. 지난 1980년 7월 서울 청계천에 있는 사무실에서 이용태 명예회장 등 7명이 자본금 1000만원으로 창업한 회사다. 컴퓨터에 관한한 삼성전자나 LG전자보다 먼저 시장을 개척했고 벤처로는 드물게 매출 2조원대를 돌파했다.
관련업계에서는 삼보가 어려워진 이유를 '블루 오션'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는 이들도 있다. 경쟁사들과 피를 흘리며 싸워야 하는 '레드 오션'에서 벗어나지 못해 끝내 좌초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삼보는 경쟁사들이 흉내낼 수 없는 '경쟁 무풍지대'를 찾아내지 못했고 중국 대만업체들의 가격 공세에 휘말려 궁지로 몰렸다.
그러나 삼보의 상품기획과 마케팅 실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상품기획력은 '에버라텍' 노트북의 성공에서 입증됐다. 데스크톱에서도 최근 2년새 서랍형 모듈러 PC '루온'에 이어 본체와 모니터가 일체인 '루온 올인원'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현재 국내 컴퓨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외국계 기업들로부터 협공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계 델과 중국계 레노버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한국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고, 소니 도시바 등 일본계 기업들은 성능과 디자인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삼보의 경쟁사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바로 이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삼보에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데스크톱 대중화를 주도했고 최근 90만원대 노트북 '에버라텍'으로 노트북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점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세계적으로 컴퓨터시장은 휴대폰 시장보다 크다. 어딘가에는 삼보가 살아날 수 있는 '블루 오션'이 있을 것이다.
최명수 IT부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