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지난해 5월 이후 중단된 장관급 회담을 재개키로 합의한 것은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정상화 등 현안 해결을 위한 고위급 채널을 복원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특히 구체적인 장소와 날짜까지 합의함으로써 차관급 회담이 '비료 회담'이 될 것이라는 국내 및 국제사회의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관급 회담은 말 그대로 6·15 공동선언을 이행해 나가는 중심 협의체이며 남북한 현안을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남북간 대화의 핵심 틀이다. 이는 곧 지난해 7월 이후 단절된 장성급 군사회담과 경제협력추진위원회,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등 부문별 협의체를 재가동할 수 있는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꿰었다는 의미다. 특히 내달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6·15 공동선언 행사에 장관급을 단장으로 한 우리 정부 당국 대표단을 파견키로 '명문화'함으로써 내달에만 두차례의 장관급 회담이 열릴 수 있게 된 점도 정부로서는 고무적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회담은 남북간 고위급 채널로 넘어갈 수 있는 가교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북한도 한반도 긴장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공동합의문에 북핵문제와 관련,한반도 비핵화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빠져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반면 북측이 핵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남북대화의 의제 자체로도 인정하지 않았던 기존 입장에서 크게 후퇴,우리 정부의 입장을 경청한 것은 나름대로 긍정적인 신호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향후 장관급 회담에서 북핵문제와 관련된 논의의 '밀도'가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차관급 회담에 앞서 북·미간 협상창구인 뉴욕채널이 재개되는 등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성과를 보이고 있어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도 좋은 징조라 할 수 있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이 이날 회담에 앞서 "핵문제는 이미 충분히 얘기됐다"고 말한 것도 '합의문'이라는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론에 일정부분 의견이 조율됐음을 시사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협상 자체가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를 도출해 내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