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가 환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의 체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낸 것은 배아줄기세포를 실제 난치병 치료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이제 남녀노소 어떤 사람의 체세포를 갖고도 치료용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황 교수가 이번에 추출해 낸 배아줄기세포는 총 11종이다. 배아줄기세포 추출 방법은 지난해 발표했던 배아줄기세포 복제 연구 당시와 동일하다. 환자들의 체세포에서 핵을 빼낸 후 이를 난자에 이식,배반포 단계까지 성장시켜 줄기세포를 뽑아내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연구성과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파킨슨병,척수마비,당뇨병 등에 배아줄기세포를 적용할 경우 체내의 손상된 세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환자 체세포를 이용,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었다. 이번 연구가 성공함에 따라 다른 사람 체세포로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거부반응 등의 문제 없이 환자의 몸에 꼭 맞는 자신의 배아줄기세포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또 다양한 연령에서 이성의 체세포와 난자를 활용,배아복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황 교수팀은 지난해 세계 처음으로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한 이후 윤리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성간 배아복제 연구에 매달려 왔고 결국 이번에 남성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황 교수팀이 지난해 발표한 배아줄기세포 생산 방식은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빼낸 뒤 동일한 여성의 난자 주변에 붙어 있는 난구세포의 핵을 이식하는 방식이었다. 이와 함께 황 교수팀은 난자를 생산하지 못하는 어린 여성이나 폐경기 여성도 마찬가지로 다른 여성의 난자를 빌려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남녀노소 누구나 자신의 배아줄기세포로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번 연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세포 실험결과 개별 환자의 체세포로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가 각기 그 환자에게 면역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완전하진 않지만 환자 자신의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세포 이식의 가장 큰 문제인 면역거부 반응을 없앨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다만 실제로 환자에 적용하기 위해선 상당히 많은 후속 연구를 거쳐야 한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의 체세포로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당뇨병의 유전적 특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선 이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발생분화연구실 한용만 박사는 "환자의 체세포로 생산한 배아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게 됨으로써 면역거부와 같은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