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골드만삭스는 세계인의 눈길을 끄는 한 편의 장기 전망 보고서를 내놨다. '브릭스와 함께 꿈을'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2050년 G7그룹이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내용으로 이들 4개국의 영문 머리 글자를 딴 브릭스(BRICs)란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당시 생소했던 이 단어는 한때의 열병이나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금 21세기의 대표적인 경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엄청난 영토와 27억명에 달하는 인구,샘솟듯 넘쳐나는 자원을 배경으로 한 거대 시장이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방문했던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이제 우리가 손을 합쳐 세계 무역의 지도를 바꿀 것"이라고 큰소리 친 것도 이런 자신감의 반영이다. 그 세계는 이미 '지구촌의 마지막 성장 엔진'이라는 헌사를 아끼지 않으며 '기지' 선점 경쟁에 나섰다. 특히 우리와 같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로서는 단순한 기회 확장이 아닌 생존 전략의 차원에서 진출의 의미가 각별하다. 저성장의 늪에 영원히 빠지지 않기 위해 당장 건너야 할 '피해 갈 수 없는 외나무 다리'이자 장기적으로 '넘어야 할 산'과 마주 선 형국이다. '한국 경제의 새로운 미래 BRICs'(현대경제연구원 지음,한국경제신문사)는 이런 전환기적 관점에서 볼 때 시의적절한 저작이다. 상상을 초월한 원유 매장량과 최첨단 항공기 제조 기술을 자랑하는 브라질,적극적 개방을 통해 부활하고 있는 거인 러시아,저임금이 아닌 기술력으로 일어서는 인도,월가에 차이나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국 경제의 현황을 최신 데이터와 함께 자세히 소개했다. 각국의 역사·정부 정책·민족 정서 등 입체감 있는 분석을 통해 제시된 성공 전략과 리스크 대응책은 비즈니스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게끔 짜여져 있다. 관심을 끄는 이야기 두 가지. "배용준·이병헌은 몰라도 현대차와 LG는 안다"는 이곳의 한국 바람,그리고 보고서를 낸 이코노미스트 도미닉 윌슨의 "이들 외에 주목받을 수 있는 국가는 단연 한국과 대만"이라는 의미심장한 예측이다. 256쪽,1만1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