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주간기념 특별좌담회] 세계 소비시장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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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은 20일 조선호텔에서 대한민국 유통주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IBM컨설팅 패트릭 메들리 유통부문장(파트너),미국 세인트요셉대 낸시 차일즈 교수,그리고 이승한 삼성테스코 사장을 초청해 '세계 소비시장의 현재와 미래'이란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는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가 맡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세계 유통시장은 소비자의 성향 변화로 세분화 양극화되고 있다"며 유통업체들은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석자
이승한 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삼성테스코 사장)
패트릭 메들리 IBM컨설팅 파트너(부사장급)
낸시 차일즈 세인트요셉대 교수
△사회=최근 미국 내에서는 월마트가 미국에 좋은가(Is Wal-Mart Good For America)에 대한 논란이 이슈화되고 있는데 현지 소비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요.
◆낸시 교수=월마트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많이 다를 것입니다.
제가 거주하는 팬실베이니아 주에서는 월마트가 가장 큰 고용주입니다.
주 경제에 대한 기여도 굉장히 큰 편이지요.
반면 월마트 건너편에 있는 K마트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편입니다.
소비자들은 월마트를 지지한다는 얘기지요.
월마트는 혁신적인 기업 전략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3년 전에 비만이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했을 때 월마트는 이미 당분 성분이 없는 하와이언 펀치라는 음료를 독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선 전략이었지요.
그러나 젊은 세대들은 월마트에 가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색이 없는 드라이한 매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런 젊은이들은 '타깃'에서 만족을 찾습니다.
타깃은 할인점이면서도 매장 디자인이나 레이아웃 등이 뛰어나 젊은층의 니즈를 잘 수용하는 편이지요.
◆이승한 회장=월마트는 최근 전자태그시스템(RFID)을 전격 도입하는 등 유통의 정보화와 과학화를 선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계화 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젊은 층의 가치를 수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것 같고요,특히 아시아권 소비자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측면이 있어요.
예를 들어 월마트 매장 내 푸드코트는 마치 기업체 구내식당처럼 꾸며놓은 게 전부이거든요.
아시아 소비자들은 이런 매장에서는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전 세계 유수 유통 대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중국의 유통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패트릭 파트너=11억의 인구는 보통 매력이 아니지요.
또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 유통시장은 아직 미숙하기 때문에 발전의 여지가 아주 큽니다.
유통 발전 초기 단계여서 2억~3억인구가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상황입니다.
◆이 회장=지금 중국 시장은 '레드오션'의 상황입니다.
수십 개의 소매 기업이 춘추전국시대를 이루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시장이 아무리 크더라도 레드오션에서 공존할 수 없습니다.
시장 자율에 의해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지역을 기준으로 국지적인 블루오션이 나타날 것이란 얘기지요.
예를 들어 까르푸가 상하이,월마트가 광저우를 블루오션의 무대로 삼고 있지 않습니까.
결국 중국 시장도 중국 소비 문화에 걸맞은 포맷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봅니다.
△사회=미래 소비자들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십니까.
◆패트릭=소비 트렌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분화입니다.
소비자들이 양극화하는 것이지요.
어떤 소비자는 싼 것을 찾는 저가 구매 경향을 보이는 데 반해 또 어떤 소비자들은 프리미엄급 상품 구매로 만족을 추구합니다.
◆이 회장=양극화 포인트는 두 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업태 간의 양극화인데요,고가 지향의 소비자가 백화점을,저가 지향의 소비자가 할인점을 찾는 것이 바로 업태 간 양극화입니다.
일본의 대형 양판점(GMS)이 중가 지향의 점포라고 할 수 있겠는데 GMS의 침체 상황은 거시적인 소비 트렌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다음은 업태 내의 양극화인데요,예컨대 할인점이라 하더라도 저가격대 상품군과 프리미엄급 상품군으로 나뉘는 것이지요.
◆패트릭=한 개인을 놓고 볼 때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요.
소비자마다 특성이 너무 달라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게 소매 기업들의 고민으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사회=소비자들이 점점 프로페셔널해지고 있어 상품에 대한 안목이 높아지는 것 같은데 소비자들의 가치관념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시는지요.
◆이 회장=한국 소비자들은 적게 지불하고도 많은 것을 바라는 가치 소비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격은 항상 낮은 곳을 찾아다니는 유목민 성향을 보이면서도 가격과 함께 편의성과 편리함까지 추구하는 편이거든요.
◆낸시=미국에서도 전통적인 할인점 포맷에 에듀테인먼트 요소를 덧붙인 업체가 성공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타깃이 바로 그런 유통기업인데요,타깃은 매장 디자인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는 편으로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평판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 할인점들을 보고 놀란 것은 매장 직원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입니다.
백화점과 같은 대면 판매가 할인점 안에서 이뤄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죠.할인점을 찾은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과 같은 서비스를 기대하지는 않거든요.
정리=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