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해 6월 정지선 단속을 시작한 첫날부터 인터넷이 들끓었다.'교통불편 초래하는 엉터리 정책' '사고 부르는 무리한 단속'등 불평이 끊이질 않았다.그래도 경찰은 뚝심있게 이 정책을 밀고 나갔다.


경찰이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지선단속을 강행한데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그동안 교통법규의 비고객이었던 보행자들을 보호하는 법규이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한다고 믿었다"(경찰청 혁신기획단 이화섭 경감)는 것.


비고객은 최근 세계적 열풍이 불고 있는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 개념이다.


현재 우리 서비스나 제품을 이용하지 않는 집단을 말한다.


비고객에 집중한 결과는 1년이 채 안된 지금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1분기 전국에서 발생한 교통 사고는 4만300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사망자 수와 부상자 수는 각각 12.3%와 25.5% 줄어들었다.


'블루오션 전략'은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자신들이 1990년대 주창한 가치혁신(Value Innovation)론을 집대성한 경영혁신론.노무현 대통령이 국정 최우선 지표로 내세운 '혁신'과 맞물리면서 공공 부문에서도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특히 '블루오션 전략'이 주목받기 이전부터 그 핵심 내용인 가치혁신에 관심을 기울여 온 대표적인 공공기관이다.


이제까지 가치혁신 교육을 받은 경찰관은 3000여명선에 이른다.


경찰청 본청을 비롯 대구지방경찰청 인천지방경찰청 등이 한경 가치혁신연구소가 주관하는 교육을 받았다.


간부와 혁신 담당들은 경찰종합학교나 본청이 주최하는 워크숍 등에 별도로 가치혁신 특강을 만들어 시민 중심의 혁신 방향을 잡았다.


경찰은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한 '국가혁신포럼'에 참여해 경찰의 가치혁신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0일 일선 경찰서 '혁신주니어보드 워크숍'에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을 초청, '블루오션과 가치혁신 리더십'을 주제로 한 특강을 들었다.


치안 서비스의 고객인 시민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자는 게 강연의 골자였다.


정지선 지키기 외에도 경범죄 단속 등 블루오션 전략을 도입한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블루오션 전략'에서 소개된 뉴욕경찰청(NYPD)의 가치혁신 사례가 국내에서도 속속 실천되고 있는 셈이다.


경찰청 임호선 업무혁신팀장은 "이제까지 없었던, 그러나 시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블루오션적인 치안 서비스를 만들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