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에 생산 거점을 확보,글로벌 플레이어로 올라설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현대차는 특히 미국 현지에서 디자인에서 개발 생산 마케팅 판매 할부금융 애프터서비스에 이르는 일관 시스템을 갖춰 본격적인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미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 업체와도 대등한 위치에서 맞설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글로벌 플레이어로 올라선다" 앨라배마공장 가동으로 현대차의 해외생산 능력은 모두 76만대로 늘어나게 됐다. 해외생산 비중도 14.5%로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중국(베이징현대) 30만대 △인도(첸나이) 25만대 △미국(앨라배마) 15만대 △터키(이즈미트) 6만대 등이다. 내년에는 미국 공장의 생산능력이 30만대로 확대되면서 전체 해외 생산규모도 91만대가 된다. 오는 2008년에는 생산능력이 136만대로 늘고 2010년에는 142만대를 해외에서 만들 예정이다. 기아차(중국 및 슬로바키아 73만대)까지 합치면 2010년 해외 생산능력은 모두 215만대로 불어난다. 특히 앨라배마공장은 △2억달러가 투자된 디자인연구소(캘리포니아) △1억2000만달러를 들인 기술연구소(디트로이트) △6000만달러를 투입한 주행시험장(모하비) 등과 공조체제를 이뤄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철저한 현지화로 미국 고객의 감성과 기호에 맞춘 차량을 제때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비용절감과 통상마찰 해소 미국 현지 생산체제 구축은 비용절감과 함께 통상마찰의 가능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미국 판매 물량의 상당 부분을 앨라배마공장에서 공급하면 물류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시간과 돈을 들여 배로 실어나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공장에서 만든 차를 1주일 안에 미 전역에 흩어져있는 고객에게 가져다줄 수 있다. 현지에서 현지인에 의한 생산을 하기 때문에 무역마찰 소지도 줄어들게 된다. 원화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의 현지 생산을 통해 환율변동에 따른 실적 악화 위험을 연간 2조원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현지인을 채용함에 따라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도를 높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얻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선진국인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브랜드 이미지 개선 효과를 거두게 된다"면서 "세계 자동차산업의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업체와 정면 대결 신형 쏘나타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모델인 캠리(도요타) 어코드(혼다)와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캠리와 어코드는 미국에서 베스트셀링 모델들이다. 현대차는 2400cc급 외에 앨라배마 공장에서만 생산되는 3300cc급 프리미엄 쏘나타를 북미 지역의 주력 모델로 내세울 계획이다. 세계적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모티브뉴스는 신형 쏘나타가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캠리 및 어코드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쏘나타의 최고출력(배기량 2400cc기준)이 162마력으로 160마력인 캠리와 어코드에 비해 뛰어나고 에어백 에어컨 CD플레이어 등 기본 장착 사양이 크게 늘어난 데다 세련된 디자인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산 쏘나타는 캠리나 어코드에 비해 순간 가속력이나 연비 등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만큼 미국 내 베스트카로 성장할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몽고메리(앨라배마)=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