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1분기(1~3월) 경제성적표가 부진할 것으로 예견하긴 했어도 6분기 만에 2%대(2.7%)로 추락한 점은 상당히 실망스런 결과로 분석된다. 내수경기 회복이 더딘 가운데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 증가율도 빠른 속도로 둔화돼 연초 고조됐던 경기회복 기대가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경기회복을 점치고 있지만 이 역시 불안한 유가 환율 등 대외변수에 목을 매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올해 연간 성장률은 정부 목표인 5%는 물론 4%대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인다. ◆더딘 내수회복,수출도 둔화 1분기 성장률이 2.7%로 추락한 것은 무엇보다 내수 회복속도가 수출 둔화속도를 만회하기에 미흡했기 때문이다. 작년 0.5% 감소했던 민간 소비는 올 1분기 중 1.4% 증가세로 반전됐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3.8%)에 비해선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반면 작년 21.0% 급증하며 성장을 주도했던 상품 수출 증가율은 1분기 8.1%로 급락,3년만에 한자릿수로 내려왔다. 올 들어 환율 하락에다 미국 경제의 '소프트 패치'(경기 회복세 속 일시 둔화) 우려 등 선진국 경기가 기대에 못미친 여파다. 따라서 내수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의 성장기여율(작년 4분기 8.8%→1분기 40.1%)이 크게 높아졌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제조업 기여율(63.8%→57.3%)은 하락했다. 설비투자도 1분기 3.1% 늘어 작년 4분기(2.5%)보다 증가폭이 커졌지만 연초 기대 만큼 살아나지 못했다. 당초 1분기 설비투자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0%, 삼성경제연구소는 5.7% 각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크게 빗나갔다. 건설투자도 1분기중 -2.9%로 두 분기 연속 감소,성장률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대외여건 악화 땐 올해 3%대로 추락 이같은 1분기 경제성적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부 항목들을 살펴볼 때 경기가 1분기에 바닥을 다지고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수정할 이유는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환율 유가 등 대외변수가 문제란 시각이다. 두달째 1000원선을 맴도는 원ㆍ달러 환율은 작년 평균 환율(1143원74전) 대비 10% 이상 하락,수출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한때 배럴당 58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WTI 기준)는 이달들어 40달러대로 내려왔지만 언제 되오를지 불안하다. 신석하 KDI 연구위원은 "환율이 추가 하락하고 고유가가 진정되지 않으면 수출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둔화될 수 있다는 게 불안요인"이라며 "대외여건이 더 악화될 경우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을 동원해야 4%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수출이 둔화되는 가운데 내수 회복세가 원활하게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수출 둔화→기업 채산성 악화→고용 악화→가계소득 감소→소비 위축'의 악순환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