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순 삼보컴 회장, 전직원에 마지막 편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친애하는 삼보컴퓨터 임직원 여러분,저는 오늘 최고경영자(CEO)로서 가장 가슴아픈 결정을 했습니다….저는 비록 떠나지만 회사는 다시 재건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매진해주기를 당부드립니다."
지난 18일 25년 역사의 삼보컴퓨터를 법정관리에 넣기로 결정한 이홍순 회장(46)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임직원에게 이렇게 마지막 'CEO Letter'를 썼다.
A4 용지 한장 반 정도 분량에 모든 얘기를 담을 수는 없었지만 이 회장은 법정관리 신청 배경과 후회를 담아 임직원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는 편지에서 "최근 회사를 둘러싼 내·외부 환경이 어렵고 힘든 상황임을 직원 여러분께서 더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리고 법정관리 신청 이유를 적었다.
"대만과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따른 제조자설계생산(ODM) 사업의 수익성 악화,영업손실 누적,이에 따른 사업 규모와 여신 축소 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그는 밝혔다.
"부득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지만 이는 단순히 회사를 정리하는 절차가 아니라 각종 부실을 털어내고 회생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직원들이 좌절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회장은 이어 "현재 회사 내에는 추가 인력 조정설 등 갖가지 소문이 만연해 있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과다한 부채의 질곡에서 벗어나 몸이 가벼워지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격려했다.
그는 "저는 최대 주주로서 모든 권리가 소멸되지만 회사 자체는 소생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이제 회사를 다시 살리는 것은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여러분이 삼보컴퓨터의 주인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문단에서 이 회장은 올해가 삼보컴퓨터 창립 25주년의 해라고 강조한 뒤 "그동안 성장과 아픔을 같이했던 선배와 동료에게 부끄럽지 않은 회사로 다시 재건시키기 위해서라도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 '글로벌 브랜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라며 편지를 마쳤다.
이 회장은 창업자인 이용태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97년 삼보컴퓨터의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취임했다.
2003년에 일선에서 잠깐 물러나 있었으며 지난해 초 '회사 재건'을 외치며 CEO로 복귀,국내 사업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이번 법정관리 신청으로 1년4개월 만에 물러나는 운명을 맞았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