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평면 영상 디스플레이인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용 파우더를 만드는 휘닉스피디이.지난 1월말 4535원이던 주가는 이달 20일 현재 6750원으로 50% 가량 뛰었다.


시장이 고꾸라졌는데도 주가가 이처럼 급등한 것은 외국인의 매수 덕분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세계 PDP TV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이 종목을 지난 2월 이후 288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바이 코스닥'(Buy Kosdaq) 열풍이 예사롭지 않다.


외국인의 코스닥 우량주 사냥은 개인들이 지수 하락에 한숨 짓던 2월 이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과거 인터넷 거품 시대와는 달리 탄탄한 실적과 경쟁력을 자랑하는 저평가된 종목들이 외국인을 '유혹'하고 있다.


벌써 외국계 펀드들이 5% 이상의 지분을 사들인 종목들도 상당수이며,그 결과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UBS증권 안승원 전무는 "장기간 투자하는 외국계 펀드들이 코스닥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며 "주목할 기업이 적지 않은 데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필요도 있어 코스닥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수하락 감수 매수 공세


올들어 시작된 '코스닥랠리'는 2월 중순 단기 급등 피로감이 누적돼 내리막길을 걸었다. 개인은 참지 못하고 손절매에 나서거나 여전히 테마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기관도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매도 우위를 지속했다.


하지만 2월부터 코스닥에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한 외국인들은 지수 하락을 감수하면서 애정공세를 쏟아부었다. 이는 외국인 순매수 규모에서 잘 나타난다. 2월 코스닥시장에서 752억원 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은 3월 712억원,4월 1400억원으로 '사자'를 눈덩이처럼 불렸다. 5월 들어서도 지난 20일 현재 1079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ABN암로의 임경근 부장은 "외국인은 코스닥랠리 때 막차를 탔으나 바로 내리지 않았다"며 "테마주가 몰락하면서 우량기업의 주가도 빠진 게 새로운 투자 틈새였다"고 설명했다.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추세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을 내놓고 있다.


세계적인 저평가 종목만을 상대하는 오펜하이머 더스리킹덤즈 등 외국계펀드가 코스닥 종목에 입질을 하는 게 긍정적인 신호라는 얘기다. 우량주의 밸류에이션(내재가치 대비 주가수준)은 여전히 낮아 추가 상승여력이 높은 점도 외국인의 매수 강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저평가된 종목이 많아 당분간 외국인들의 코스닥 노크는 이어질 것"이라며 "외국인이 선호하는 종목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고성장 업종 대표주에 군침


전문가들은 외국인 선호주로 △업종 대표주 △성장성을 갖춘 새내기주 △저평가된 중소형 우량주 등을 꼽고 있다.


단기적인 시세차익 목적보다는 배당성향이 높고 현금성 자산이 많은 저평가된 우량주를 중심으로 매수한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인이 코스닥 사냥에 본격적으로 나선 지난 2월 이후 순매수 상위종목에서도 잘 드러난다. NHN 에이블씨엔씨 메가스터디 에이스디지텍 주성엔지니어링 등이 대표적인 외국인 선호 종목들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업종 대표주인 데다 성장성을 갖췄고 2분기 이후 실적이 대폭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이다. 주가도 대부분 상승세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업체인 NHN은 지난 2월 42.94%였던 외국인 비중이 최근 49.54%로 사상 최고치에 올랐다. 상장한 지 4개월이 채 안된 에이블씨엔씨는 외국인 비중이 36%를 넘나들고 있다.


외국계 펀드들도 코스닥 '알짜주'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특히 캐피털그룹(CRMC) 도이치인베스트먼트 피델리티 더바우포스트 등 장기 투자 펀드들이 우량 코스닥에 러브콜을 잇따라 보내고 있다. 한화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종목은 실적과 안정성을 갖추고 있는 게 공통점"이라며 "앞으로 외국인 선호 종목이 지수 반등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