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E3(세계 최대 게임전시회)는 내로라하는 전세계 게임 업체들의 마케팅 경연장이었다. 올해에도 웹젠 엔씨소프트 등 많은 한국 업체들이 참가,소니 등 세계 굴지의 업체들과 치열한 홍보 맞대결을 벌였다. 3일 내내 한국 업체의 부스에는 온라인게임 종주국인 한국 제품을 경험하려는 인파들이 몰려들었다. 올 E3는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한국 업체들에 충격의 전시회로 남을 것 같다. 세계 게임시장의 대세를 우리 업체들이 잘못 읽고 있다는 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탓이다. 전시회의 대세는 놀랍게도 온라인 게임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가 주도한 비디오 게임이었다. 비디오 게임은 PSP 등 게임기로 하는 형태로 한국에선 컴퓨터상에서 즐기는 온라인 게임에 밀려 쇠퇴한 유형이다. 한국 참가업체들은 당황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 온라인게임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장은 정반대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의 비디오 게임이 입을 맞추기라도 한듯 한국 온라인 게임을 무력화시켜 버렸다. 지난해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했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측은 올해 한마디도 코멘트하지 않았다. 작년 이맘때 한국 온라인 게임의 파워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던 소니의 쿠다라기 켄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경쟁업체들은 오히려 한국의 온라인 게임을 누르기 위해 비디오 게임기로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기법으로 무장했다. 차세대 게임기인 X박스360과 PS3에는 모두 무선랜 기능까지 지원하는 기능까지 가미했다. 비디오 게임시장에 온라인 게임의 성격을 지원하는 게임 소프트웨어도 줄줄이 내놨다. 비디오 게임에 온라인 게임 기능을 접목,한국 온라인 게임을 죽이려는 '왕따'전략이 주류였던 셈이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웹젠의 김남주 사장과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이구동성으로 "비디오 게임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세를 읽지 못하면 앞선 기술도 소용없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E3였다. 로스앤젤레스(미국)=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