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한지붕 두사장' 제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요즘 금융회사들은 최고경영자(CEO)가 두 명인 것 아세요?"
최근 기자가 만난 한 보험회사 관계자는 느닷없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부터 시행 중인 'RM 제도'를 두고 한 얘기였다.
RM(Relationship Manager·금융회사 별 전담역) 제도는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 별로 담당 검사역을 지정,이들로 하여금 평소 담당 회사의 경영 현황 등을 파악해 '주치의 역할'을 수행토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과거 위규 적발 위주의 검사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적인 리스크 중심의 검사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금감원이 도입한 제도다.
시행 3개월여가 지나면서 금융계 일각에서 이 제도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담당 검사역이 'CEO에게 올라가는 자료는 모두 달라'고 하니 마치 CEO가 두 명인 것 같다"는 것이다.
회사 사정을 파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슨 상전처럼 군림하려 한다는 불만도 들려온다.
기자가 만난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이사회 결의자료는 물론 CEO에게 결재받는 서류는 몽땅 보고하라니 말이 되느냐"고 불평을 털어놨다.
물론 RM 제도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부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RM이 불필요한 간섭을 배제하면서도 회사의 사정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해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회사로서도 금융감독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 바람직한 것 같다"는 평가도 있었다.
특히 RM 제도의 도입 취지엔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예방적 검사가 정착되면 한 금융사의 위기가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사태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문제는 시스템적으로 RM의 역할이 규정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나치게 간섭하는 RM이 있는가 하면 구체적인 경영 상황에 간섭하지 않는 RM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의 설명대로 RM 제도는 금감원은 물론 금융회사에도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그러나 RM의 역할에 대한 기준 없이 그저 RM에게 알아서 하라고 맡겨 놓는다면 그 취지는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
RM 제도의 시행 초기에 이에 대한 기준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영춘 금융부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