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집권여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당내 갈등에 휘청거리고 있다. 4·30 재보선 전패에서 촉발된 내부 분란은 개혁파와 실용파 사이의 '책임 떠넘기기'로 비화됐다. 일각에선 "여당이 집안 싸움 하느라 정책현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당내 재야파의 좌장격인 장영달 상임위원은 최근 "개혁을 너무 주장해 재보선에서 패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희상 의장이 "쓸데없는 개혁원리주의에 빠져 민생을 외면한 게 재보선 패배의 이유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재보선 패배의 원인을 놓고 한달 가까이 논쟁이 계속되자 급기야 여당의 정책기능을 걱정하는 당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6월 임시국회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0일 열렸던 원내지도부 대책회의에서 "당정협의회를 보다 내실화해야 한다"는 데에 참석자들이 의견을 모은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양도소득세 실거래 과세방침 등 최근 주요 현안에서 여당이 이슈를 선점하지 못한 채 정부측에 끌려다닌 인상을 보여준 것에 대한 비판이다. 오영식 원내부대표는 "각종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사항을 당이 적극 수렴해 당정협의회를 통해 정부측에 당의 입장을 보다 강하게 전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6월 임시국회의 기조를 '중산층과 서민 중심의 민생국회'로 정한 열린우리당이 구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