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정책 주도권' 경쟁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하고 있다.
정국 현안에 대한 발빠른 대처와 함께 여당에 앞서 독자적인 정책대안을 쏟아내면서 '정책정당'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사사건건 정부 여당의 발목을 잡던 과거의 모습은 찾기 어렵다.
◆법안발의 여당보다 배 이상 많아
4·30 재·보선 이후 의원들이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총 62건(22일 현재)이다.
이 가운데 한나라당이 발의한 법안은 42건으로 열린우리당의 18건에 비해 배 이상 많다.
이는 한나라당의 입법활동이 그만큼 활발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총선 이후 '정책정당'을 표방하며 법안발의 건수 등에서 줄곧 한나라당을 앞서 왔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을 전후로 법안발의 건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최근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각종 법안을 내놓으면서 질적인 면에서도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병역기피 목적의 국적포기를 금지하는 국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법안을 발의한 홍준표 의원은 젊은층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저격수'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타정치인으로 떠올랐다.
취약층인 20~30대 사이에서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도 거뒀다.
상습 성폭력범에 대한 전자팔찌 부착의무화 방안의 경우 인권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발빠른 이슈 선점으로 이미지 개선
한나라당은 부동산 양도소득세와 거래세 인하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 세제정책'도 준비 중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및 보유세 인상을 겨냥한 것이다.
이 밖에 2012년부터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인정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마련,정책토론회를 잇따라 여는 등 교육분야 이슈 선점에도 나서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관련 대책도 먼저 내놓을 정도로 한나라당은 순발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변화는 4·30 재·보선 압승이 가져온 자신감에 기인한다.
박근혜 대표,강재섭 원내대표,맹형규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의 호흡이 잘 맞는 것도 상승세의 요인으로 꼽힌다.
강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정책이슈를 선점하고 입법화할 수 있도록 원활한 의사소통 분위기를 만들고,맹 의장은 순발력 있게 대응하면서 정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독도문제와 강원도 양양 산불발생 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의원들을 현지로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대안 없이 비판만 하는 과거 야당의 모습으로는 국민의 지지는 물론 대권 승리도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당내에서 정책 아이디어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