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엄마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그건 ㅇㅇ.엄마 ㅅㄱ.ㅎㅎ." 정답은 '그건 좋아.엄마 수고.히히(웃음)'입니다. 이 문제를 전혀 몰랐다고요. 곤란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문자언어를 씁니다. 아니 이들에게 이런 것쯤은 고전에 속합니다. 요즘은 훨씬 다양해지고 진화한 메시지용 문자를 씁니다. 학원 갔다 돌아오는 아이에게 최신(?) 문자 한번 보내보세요! 아이의 회신은 이럴 것입니다. "아빠,언제 배웠어? ㅎㅎㅋㅋ." 그럼 다음 '메시지용 문자 100 문제'에 한 번 도전해보세요. 가장 흔히 사용하는 것만 모아 놓은 것입니다. 상상력을 총동원해야 정답에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엄마가 자녀에게 어딜 가자는 메시지를 보내자 "ㄴㄴ"이라는 대답이 왔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짐작도 못하시겠지요. 이 뜻은 "싫다"는 뜻인 노노(no no)를 의미합니다. "네가 안 가는 것은 나도 ㄴㄴ"라는 회신을 아이에게 다시 보내면 아이는 신기해 할 것입니다. 다시 가겠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시험이 끝난 뒤 아이가 "ㅈㅅ ㅜㅜ … …"를 보냈다면 엄마 아빠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아이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땐 "괜찮아.ㅌㄷㅌㄷ"을 보내면 아이는 활짝 웃을 것입니다. "(시험을 못봐서)죄송,울고 있음.할말이 없음"이라는 말에 "괜찮아 토닥토닥"으로 응수하는 것이니,아이가 시름을 덜 수 있겠지요. "방에서 지금 뭐하니"라는 물음에 아이가 "남앤과 즐팅중"이라고 대답했다면 윽박지르지 말고 "빨리 끝내고 나오거라"라고 말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남앤과 즐팅"는 남자친구와 재미있게 채팅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뜻인지 모른다면 "뭐라고"라며 목소리를 높이게 됩니다. "헉!!!! 열공하겠습니다"라고 아이가 말했다면 '놀고 있는데 엄마가 전화하자 놀라는 표정으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열공은 열심히 공부한다는 말의 축약어입니다. 문자메시지는 정해진 글자 수만 보내게 돼 있기 때문에 가급적 글자를 줄여 쓰는 게 일반적입니다.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보다 '열공'이 문자메시지 세계에서 훨씬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은 체득하고 있는 셈이지요. 축약어를 더 공부해 볼까요? '잼네요' '즐' '즐겜' '팀플' '영자' 등은 같은 원리로 만들어졌습니다. 순서대로 '재미있네요,혼자 즐겨라,즐거운 게임해요,팀플레이,운영자'의 줄임말입니다. 게임 세계로 들어가면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가령 '던젼'은 짐작하기도 어렸습니다. 장소를 뜻합니다. GG는 Good Game의 앞 알파벳만 딴 것으로 좋은 게임이라는 뜻입니다. RPG는 'Role Playing Game'의 약자로 임무를 수행하는 게임의 패턴을 말합니다. 아이가 "응,이건 RPG야"라고 할 때 "응,임무수행 게임이구나"라고 응수하면 아이가 깜짝 놀랄 것입니다. 아직도 '도토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부모님이 적지 않습니다. "엄마,나 도토리 사줘"라는 아이의 요구에 "그럼 경동시장에 같이 갈까"라고 답하면 정말 한 편의 코미디입니다. 미니홈피인 싸이월드에서 파는 화폐(화폐 이름이 도토리)를 사달라는데,경동시장에 가서 진짜 떡갈나무 열매인 도토리를 사러 가자는 격이니 아이가 얼마나 웃겠습니까? 아이들이 사용하는 문자메시지 언어.거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의사 전달이 가능해진 세상입니다. 100가지 기본 단어를 시간을 내서라도 외워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충분히 외웠다면 아이들의 방식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보세요. 그런데 문자메시지를 어떻게 보내는지 모르시겠다고요? "어이쿠 ^^;; "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