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과학자'로 불리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난치병 환자의 배아줄기 세포를 복제하는 데 성공한 그의 연구 성과에 대해 국내외 언론들은 '산업혁명에 비견되는 사건'이라며 극찬하고 있다. 해외 유수의 연구기관들로부터 공동 연구를 하자는 제안이 줄을 잇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노벨상 수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황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로 한국 과학기술의 위상을 수십 단계는 끌어올렸으며 과학자도 세계적 '스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실제로 황우석과 줄기세포는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주요 검색어 랭킹 상위에 올라 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황우석을 모르면 바보 취급당할 정도라니 가히 '황우석 신드롬'이다. 국내 과학기술계는 그의 업적 못지않게 이같은 '황우석 신드롬'을 주목하고 있다. 과학자 황우석에게 쏟아지는 찬사가 국내에 만연해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황 교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우석 효과가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물론 황 교수의 성공 스토리는 과학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자극이 되고 이공계에 대한 인식을 다소나마 바꿔 놓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공계 기피현상은 유행바람 같은 신드롬으로 치유하기에는 뿌리가 깊고 광범위하다.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박사급 이공계 인력이 몰려 있는 대덕 연구단지에서조차 이공계는 기피의 대상이다. 채연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에 따르면 대덕 연구단지에서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자기 부모를 협박(?)하는 가장 효과적 수단이 바로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말이라고 한다. 이공계 박사급 인력조차 자식을 이공계에 진학시키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다. 우수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 속에서도 그렇다. 정부는 그동안 이 현상이 이공계 출신에 대한 홀대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큰 업적을 낸 연구원들에 대해 강력한 인센티브 제공 등 사기진작 방안을 적극 추진했다. 황 교수팀도 포함될 것이 확실한 최고 과학자 지원사업도 마련,선정된 2~3명의 과학자에게 연간 30억원의 초대형 연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런 데도 이공계 기피는 왜 진행형일까. '돈 문제'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공계를 졸업하면 대부분 근무하게 되는 곳이 서울과 수도권을 벗어난 곳. 공장이나 연구소는 주로 지방에 위치해 있다. 이들은 자녀교육 문제 등에서 수도권 근무자보다 분명 핸디캡을 갖고 있다. 앞으로 사회적인 저출산의 영향을 받아 이공계 분야가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10~20년 후를 대비한 이공계 우수인력 확보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를 맡고 있는 권오현 사장의 "몽골 베트남 등 한류 바람이 거센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한국으로 끌어오자"는 아이디어가 현실적이다. 이를 위해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국비유학 장학금을 이들 개도국 학생에게 지원하는 데로 돌리자는 방안이다. 한국에서 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이들은 이제 국가 지원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공계 기피'란 타령 조의 말을 없앨 발상 전환을 할 때다. 윤진석 과학기술부장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