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이냐,데이콤이냐.LG그룹이 최대주주였을 때만 해도 형제나 다름없었던 두 업체가 초고속인터넷 2인자 자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하나로는 2위를 굳히기 위해 두루넷을 인수,연내에 합병키로 했다.


시장점유율만 놓고 보면 데이콤은 하나로의 적수가 안된다.


그러나 전국 광케이블망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파워콤이 오는 7월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뛰어들면 상황은 달라진다.


데이콤은 수년 내에 파워콤을 합병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관계사 합병이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나로-두루넷 연내 합병


하나로는 오는 11월께 두루넷을 흡수 합병키로 했다.


지난 4월 인수한 두루넷이 오는 6월 말 법정관리에서 벗어나면 합병이 가능해진다.


하나로는 합병 후 5년간 3600억원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루넷 가입자가 하나로의 부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네트워크 통합 이용과 공동 마케팅에 따른 상승효과도 생긴다는 것이다.


하나로의 두루넷 지분은 96.22%에 달해 합병에 따른 재무적인 악영향은 거의 없다.


따라서 합병은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 관계자는 "내년에 400억∼600억원의 합병 효과가 나고 2007년 이후엔 대규모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콤-파워콤 합병 가능성


데이콤은 궁극적으로 파워콤과 합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는 아직 미지수다.


데이콤이 보유하고 있는 파워콤 지분이 45.4%에 불과하고 한국전력 지분이 아직 43.1%나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무구조만 놓고 보면 데이콤보다 파워콤이 우량하다.


합병비율에 따라 합병회사에 대한 한전의 지배력이 강해질 수도 있다.


데이콤은 파워콤 합병 이전에도 초고속인터넷 사업에서 역할을 분담할 계획이다.


데이콤은 주로 기업 시장을 공략하고,파워콤은 가정 시장을 파고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데이콤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가정용 서비스 '보라홈넷'사업부문(4월 말 현재 아파트랜 포함 가입자 25만명)을 파워콤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가치를 비슷하게 만들어 합병할 수 있는 여건을 수월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보인다.


◆외국인 대주주 전략이 변수


하나로와 데이콤의 합병 대상인 두루넷과 파워콤은 모두 비상장 회사다.


따라서 금융감독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엄격한 실사를 거쳐 합병비율을 산출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합병 반대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이는 데 드는 자금도 필요하다.


보다 중요한 변수는 하나로의 대주주인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다.


하나로와 데이콤이 쟁탈전을 벌이다 보면 양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


하나로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새 전략이 필요하다.


이들이 합병이나 제휴를 추진할 경우엔 통신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하나로가 두루넷과 합병하겠다고 밝힌 후 데이콤이 파워콤과 합병할 수 있다고 서둘러 발표한 것은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