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을 처음 방문한 내진자는 엄청나게 넓고 첨단적인 운영시스템에 다들 놀랍니다. 이 때문에 병원비가 비싸지 않을까 우려도 하고요. 하지만 치료비는 건강보험수가이상 받지 않습니다." 지난 4일 신촌에 새 세브란스병원을 연 지훈상 연세대의료원장(60?사진)은 "1962년에 지어진 기존 건물이 당시에는 최첨단이었지만 지금은 비좁고 낙후돼 환자들의 불만이 컸다"며 "이제 전문화된 치료센터와 유비쿼터스 운영시스템으로 새단장해 고객만족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축 세브란스병원은 연면적 5만1500평(지상 21층, 지하 3층)으로 단일 건물로는 국내 최대 병원이며 1004개 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건축가협회에서 최우수 설계상을 받았을 정도로 미관과 쾌적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 원장은 "2700억원을 들여 호화판으로 지었다는 비아냥도 있지만 환자들이 식당이나 편의시설을 감안,병원을 선택하는 추세도 무시할 수는 없다"면서 "입원 환자들이 너무 편해 집에 가기 싫다는 얘기를 할 때 마음이 흐뭇하다"며 웃었다. 그는 새 병원 완공에 만족하지 않고 연세대의료원이 최고 의학 수준과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시아 허브병원'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규모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의료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동남아의 환자들을 유치할 수 있는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인프라 확대는 필연적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를 위해 암 센터와 부속건물을 3년 안에 추가 신축할 예정이다. 병원 정문 앞에 있는 외래진료동에는 지상 12층,지하 6층 규모로 암센터를,새 병원 앞에 있는 종합관 건물에는 지상 4층 지하 6층 규모의 장례식장을 각각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장례식장 예정 건물에는 서울역 앞의 검진센터가 옮겨와 1000평 규모로 운영될 예정이다. 800평 규모의 임상시험센터도 오는 10월 문을 연다. 지 원장은 "수익성만을 좇아 건물을 신축하는 게 아니다"라며 "다인 병실 비율을 높여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입원실 면적을 넓게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신축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브란스병원의 다인 병실 비율은 65%로 다른 병원보다 15%나 높다"며 "병원 신축을 하되 병상은 치료의 품질관리를 위해 2000병상 이상은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로 두 건물이 완공되면 병원 가운데에 4000평의 공원이 생겨 환자들에게 위안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MD앤더슨병원,메이요클리닉과 암 협진체계 구축을 추진하는 것도 아시아 허브병원이 되기 위한 기초작업 중 하나다. 지 원장은 "지난 14일에는 메이요클리닉,24일에는 MD앤더스병원과 협진을 위한 암 심포지엄을 가졌다"며 "고령화 사회에 급증할 암을 치료하는 성적이 병원 평가의 최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새 세브란스 병원은 개원과 함께 위장 간암 폐암 등 15개 클리닉을 개설,암뿐만 아니라 특정 장기의 건강 상태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점검해주고 있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와 함께 새 병원은 외과의사의 손과 똑같이 작동하는 '로봇수술기기',수술 중 MRI 촬영이 가능한 '이동형 MRI',뇌 속의 미세한 변화를 관찰하는 '뇌자기도 촬영기(MEG)' 등을 도입,첨단 의술을 선뵐 예정이다. 지훈상 원장은 "스마트카드 하나로 고객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고,종이 차트와 엑스레이 필름이 필요 없으며,의사가 PDA 단말기 하나로 24시간 환자를 케어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유비쿼터스 병원을 이뤘다"며 "첨단 의료기술 구현에만 그치지 않고 환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전인치료에도 소홀하지 않는 병원이 되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