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한국 I R 도우미' 암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수없이 많은 한국경제 설명회(IR)가 뉴욕에서 열린다.
과연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빈번하다.
IR 첫머리에 기조 연설을 하는 장관들을 보고 있으면 위태위태하다.
때로는 통역이 신통지 않아서, 때로는 장관이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충분한 답변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맨해튼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증권선물거래소 주최로 열린 IR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희범 산자부 장관의 기조연설과 질의 응답은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성실하고도 자신있는 답변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순간이 있었다.
국내 펀드를 육성하는 것이 외국 자본의 한국 기업 인수를 막으려는 취지 아니냐는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이다.
외국투자자들에겐 궁금한 사안이어서 충분한 설명이 필요했는데 그냥 지나친 게 아쉬웠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준 게 암참(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제프리 존스였다.
존스 전 회장은 질문한 투자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속시원하게 답변해줬다.
"국내 펀드를 육성하는 것은 외국 자본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신이 없었던 한국 정부나 개인들이 이제야 게임에 뛰어들려고 하는 차원이다.그들은 적절한 투자시기를 놓쳤다는 것을 알았다.이제 그 대열에 동참하려는 것이다."
지난주 있었던 암참의 한국 투자환경 설명회에서도 존스 전 회장과 태미 오버비 수석 부회장은 한국 정부 대변인보다 훨씬 더 우호적으로 투자환경을 설명했다.
정부 관료들이 말했더라면 비웃음을 살 뻔했던 내용들도 외국인의 입을 통해 나오다보니 설득력이 있었다.
그들은 중국으로 가려는 외국자본을 유인하기 위해 한국에서 영업중인 외국기업의 평균 수익률이 중국내 외국 기업의 수익률보다 높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외국 투자기업으로서의 경험담은 한국 정부 관료들이 제시한 통계나 홍보성 정책보다 힘이 있었다.
암참은 한국의 투자환경에 불만을 표출하고 1년에 한번 워싱턴 DC를 방문, 미국 관료들에게 이를 고자질하는 단체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IR 도우미로 나선 암참의 최근 활동을 보면서 그들은 또다른 의미에서 한국경제의 진정한 파트너란 생각이 들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