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 < 변리사 mgpaik@ip.kimchang.com > 벤처기업의 원조격인 삼보컴퓨터의 법정관리 신청은 하나의 충격이었다. 1980년부터 정부에서 정보산업 정책을 담당하면서 이 회사의 성장과정을 계속 지켜봐온 필자로서는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삼보컴퓨터와 함께 80년대 대표적인 벤처기업으로는 큐닉스사가 있었다. 이 회사 또한 90년대 중반 재정적인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좌초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비슷한 실패가 반복되는 것 같다. 큐닉스 부도 이후에도 소위 잘나가던 태일정밀,메디슨 등 중견 벤처기업들이 대기업 규모의 매출 달성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주인이 바뀌었다. 미국에서는 대기업의 인수합병 등을 통해 벤처기업이 새로운 생태계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기업 문화와 제도의 차이 때문인지 몰라도 잘나가는 벤처 기업은 모두 독자적인 대기업화를 시도하다가 실패를 거듭한다. 이러한 실패의 원인에 대해 혹자는 지나친 사업 다각화,그리고 재무관리의 실패 등을 이야기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변화를 철두철미하게 읽어내 미래를 위한 핵심 역량을 키우고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본기가 부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든,중소기업이든 언제든지 회사 경영에 위기가 올 수 있다.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된 요즘은 더욱 그렇다. 인근의 식당을 보아도 기본에 충실한 식당은 주인이 매일같이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혁신적인 메뉴를 지속적으로 내놓는다. 그런데 관건은 성공한 최고경영자들이 지속적으로 창업 당시의 초심을 유지할 수 있느냐이다. 일단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상황이 되면 회사 경영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 벤처업계의 스타로 떠오르면 이곳 저곳으로부터 강의해 달라는 요청에 시달린다. 또 여러 가지 공적인 봉사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생긴다. 세계적인 일류 기업도 조금만 방심하면 무너지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이어진 벤처기업의 실패 사례를 보면서 경영자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자기 자신을 엄격히 관리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