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당뇨병 발병률이 최근 급증하면서 서구인과 색다른 당뇨병 발병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당뇨병의 예방 및 치료법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단초가 된다. 한국인은 인슐린 분비 부족에서 오는 1형 당뇨병이 1∼5%에 불과하고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한 2형 당뇨병이 태반이다. 반면 미국인은 10%가 1형이고 나머지 대부분이 2형이다. 또 미국 당뇨병 환자는 과체중을 보이는 사람이 전체 환자의 70.5%, 중증 비만인 사람이 36.1%에 이르는 반면 한국 당뇨병 환자는 각각 35%, 20%에 불과하다. 또 하와이로 이민 간 한국계 미국인은 본토 한국인보다 매우 비만하고 당뇨병 유병률이 19%에 달한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이같은 사실로 미뤄볼 때 한국인은 선천적으로 인슐린 분비능력이 적고 음식섭취량에 비례해 인슐린 분비량도 같이 늘어나는 대응 능력이 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한국인은 비만과 당뇨병 발생 간의 상관성이 상대적으로 적고 비만에 취약해 같은 과체중이라도 더 심한 인슐린저항성과 당뇨병 진행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 유아?청소년기에는 영양실조 상태를 보이다가 성인이 돼서는 영양과잉 상태로 당뇨병이 급증하고 있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어렸을 때의 영양 결핍이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기능 장애를 유발했다가 성인이 돼 많은 음식물을 감당하지 못해 당뇨병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도 물론 많다. 베타세포에 대한 자가면역과잉(인체가 몸의 일부를 항원으로 인식해 공격)이나 유해활성산소에 의한 베타세포 손상을 당뇨 증가 원인으로 꼽는 학자도 있다. 윤건호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