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좌파출신 대통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대통령이 23일 밤 방한했다. 3박4일 일정으로 내한한 룰라 대통령은 24일 유엔이 주최하는 제6회 정부혁신 세계포럼에 참석하고 25일 노무현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뒤 26일 오전 일본으로 출국한다. 그의 방문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노 대통령과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취임이후 자신의 지지기반인 노동계층에 대해 “달라진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노조 통·폐합과 사회보장제도 개혁등 ‘경제살리기’에 전력투구,서방언론으로부터도 호평을 받는 행보를 걸어왔다. 그가 누구보다 만나고 싶었다고 말한 노 대통령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지 관심이다. "우리는 현실이 변했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깨달아야 한다." 좌파 노선을 걸어왔던 노동자당 출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2003년 1월1일 취임 직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지세력인 노동조합에 이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친노(親勞)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룰라 대통령은 취임 이후 친노정책을 포기하고 과감한 개혁으로 브라질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에 따라 그는 취임 2년5개월째로 접어든 지금 중산층과 재계의 성원까지 등에 업고 국민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당초 그를 불안하게 바라봤던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 언론들도 이제는 '현실주의에 바탕을 둔 믿음직한 지도자'라며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룰라는 경제는 현실주의,정치는 개혁의 양면을 구사함으로써 기득권층과 소외계층 모두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빠르게 회복되는 브라질 경제 지난해 브라질 경제는 사상 처음으로 수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경제성장률은 10년 만에 최고치인 5.2%를 기록했다. 2003년 출범 당시 룰라 정부가 오는 2006년말에 '수출 10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던 것보다 2년이나 앞당겼다. 룰라 대통령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정부 각 부처에 빠른 시일 안에 1500억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재계를 적극 지원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지지층부터 개혁한 룰라 룰라가 집권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노동조합에 '개혁의 칼날(메스)'을 대는 것이었다. 노조의 개혁 없이는 높은 노동비용 때문에 국가경제가 몰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룰라는 노동자의 의무적인 노조 기부금부터 폐지토록 법률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일을 하지 않으면서 조합원 회비로 살아가는 이른바 '노동 귀족'을 없애겠다는 취지에서다. 노조 통·폐합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정권 출범 당시 1만6000여개를 넘었던 노조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노조 지도층은 물론 집권 노동자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세게 일었지만 "고비용 구조를 도려내지 않고서는 경제 회생은 불가능하다"는 룰라의 설득에 대다수 국민들은 강한 신뢰를 보냈다. 현재 그의 지지율은 60%를 넘는다. ◆선심성 정책은 없다 룰라는 또 사회보장제도 개혁도 강력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사회보장부문은 지난 90년대 이후 과도한 정부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대수술이 시급한 분야로 지목돼 왔다. 특히 공무원연금은 사회보장부문 총 적자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룰라는 공무원연금에 대한 특혜를 과감히 폐지한데 이어 기존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으로 양분된 연기금의 일원화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자 "장기간 실업자 생활을 하다가 첫 직장을 잡았을 때처럼 지금은 그동안 진 빚을 갚아야 할 시점"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기업 노조 공무원 등 사회 구성원을 개혁 프로그램에 대거 참여시켜 컨센서스를 만들어가는 정치 스타일로 유명하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