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5% 내외로 일본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3일 1531개 주요 일본 기업들의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집계한 결과 투자액이 21조8015억엔으로 전년 대비 10.1%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이 계획대로 투자를 집행하면 일본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10.3% 증가)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이어가게 된다. 제조업은 13.2%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고,비제조업은 이보다 훨씬 낮은 5.6% 증가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업체들의 총 투자액은 도요타 닛산 혼다 등 3대 메이커의 공격적인 투자계획에 힘입어 전년 대비 20.2%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들은 해외 설비투자도 크게 늘릴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 기업 중 해외 설비투자 비교가 가능한 715개사는 전년도보다 해외 투자를 23.3% 늘릴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국 투자는 전년도 36.3%에서 27.6%로 증가율이 소폭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비해 대미국 투자는 4.7%에서 42.4%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미국 경기 확대에 힘입어 일본 기업들의 현지투자 의욕이 살아나고 있음을 반영했다. 한편 한국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도 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을 5.3%로 보고 있고,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도 일본보다 훨씬 낮은 6.9%,4.4%에 그칠 것으로 각각 예상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1.4분기 설비투자 증가율 실적치도 3.1%로 주요 연구기관들의 1분기 전망치(KDI 8.0%,삼성 5.7%)에 크게 못 미쳐,1분기 경제성장률을 2%대로 떨어뜨린 한 요인이 됐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전체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정보기술(IT)산업 의 세계 경기가 지난해 말 이후 나빠져 수출 증가율이 둔화된 게 설비투자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김동윤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