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색채론'에서 이렇게 썼다. "사람들은 색에서 기쁨을 느낀다. 눈은 빛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색을 필요로 한다. 흐린 날 태양이 어딘가를 비춰 색이 나타나게 만들었을 때의 상쾌한 기분을 기억하라. 황색은 빛에 가장 가까운 색이다. 황색은 명랑하고 활발하며 따뜻하고 안락한 느낌을 준다." 원로화가 이대원씨(84)의 개인전(6월5일까지 갤러리현대)은 바로 이런 빛과 색, 특히 괴테가 매혹적이라고 찬탄을 아끼지 않은 순수한 상태의 금에다 광채를 곁들인 황색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다. 전시작은 고향 파주의 농장 정경을 특유의 색점과 움직이는 선으로 그려낸 '농원(農園)'시리즈 20여점. 작가의 약력은 화려하다. 경성제대 법학과 졸업. 57년 첫 개인전. 국내 첫 상설화랑(반도화랑) 운영. 홍익대 총장, 예술원 회장, 미술의 해 조직위원장. 국내외 개인전 20여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수상, 금관 문화훈장 수훈. 뿐만 아니라 그는 일찍이 박수근씨의 작품을 국내외에 소개하는데 앞장섰다. 괜히 한국 현대미술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게 아닌 셈이다. 작가의 전시회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팔순이 넘은 작가가 회혼례(回婚禮)를 앞두고 마련한 개인전인 게 그렇고, 그런데도 전시작 모두 이전보다 한층 활기찬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렇다. 그를 두고 흔히 남부러울 것 없이 산 행복한 화가라지만 그의 그림이 화단 안팎에서 제대로 인정받은 건 60세가 넘어서였던 만큼 그 꾸준함에도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그림만 보고도 "아, 누구 작품"하게 만드는 독창적 세계를 이룩했지만 그러기까지엔 각고의 긴 세월이 있었다. 추상미술이 국내 화단을 휩쓸던 1950년대부터 줄곧 나무와 풀 연못 등 자연 풍경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구상주의 외길을 걸었던 까닭이다. 잔디에 쌓인 낙엽에서도 색의 교향곡을 듣는다(화문집 '혜화동 70년')는 작가의 그림들은 말 그대로 '빛과 색의 향연'이다. 한집(혜화동)에서 70년 동안 살면서 자기식의 그림을 고집해온 작가의 힘차게 뻗은 나뭇가지와 풍성한 열매는 고단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삶의 기쁨과 살아야 할 이유를 분명하게 전해준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