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섬유류 수입제한 압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수출관세를 인상한 중국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안팎의 불만을 달래느라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 보시라이(薄熙來) 상무부장은 중국이 아직도 성장단계에 있는 국가라며 지나친견제를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고 국가세무총국은 수출관세 상향조정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라고 국내 섬유업체들에 촉구하고 나섰다. 보시라이 부장은 23일자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중국이 개혁개방 이래 많은 경제발전을 이룩했지만 이제 막 1인당 국내총생산(GDP) 1천200달러를 넘어선 개발도상국일 뿐이라고 밝혔다. 보 부장은 중국이 비록 국토면적이 넓다 해도 1인당 경지면적은 세계 평균의 7분의 1에 지나지 않고 자원이 풍부하다지만 작년 석탄수출이 1억t에도 못 미칠 정도로 기초경제에서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특히 국제산업의 말단을 면치 못하고 있고 생산을 통한 부가가치도 매우 낮아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상태라면서 셔츠 한 장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이윤이 고작 30∼40센트라고 그는 덧붙였다. 보시라이 부장은 미국 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압박을 거둬달라고 요청하지는 않았으나 중국이 세계경제 단일화의 적극적인 참여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우회적으로 협조를 구했다. 국가세무총국 정책연구실 장페이썬(張培森) 주임은 이날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수출관세 인상조정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설명하며 국내 섬유업체들의 이해를 촉구했다. 장 주임은 74종의 섬유제품 수출관세 인상이 섬유업체에 원가상승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 점을 인정하면서 거시경제 내지 국제경제의 측면에서 정부의 세율조정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관세 인상이 중국 의류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히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 등에 힘써 줄 것을 섬유업계에 당부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20일 148종의 섬유제품에 대한 수출관세를 최고 20배까지 상향 조정해 다음달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과 EU 등은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중국내 업체들은 코스트 상승으로 섬유 수출산업의 존립기반이 흔들리게 됐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박기성 특파원 jeans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