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23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부도 공공임대아파트 조치방안'은 이미 부도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의 보증금과 거주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더 이상 부도 아파트가 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이해찬 총리를 비롯 국무위원들로부터 사실상 '퇴짜'를 맞은 상황이어서 어떤 보완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3만6000가구 경매 진행 중


지난 4월말 현재 전국의 부도 임대아파트는 모두 11만9701가구다. 이 중 7만2000가구(420곳)는 세입자들이 입주한 뒤 부도가 났고 이미 경매가 진행 중인 곳만도 3만6000가구(251곳)에 이른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 △영세업체가 무리하게 국민주택기금을 빌려 사업을 벌였거나 △외딴 곳에 들어서 준공 후 세입자를 채우지 못한 곳 △임대주택 건설사의 자금난이 심한 곳 △국민은행의 대출심사가 부실했던 곳들이다.



◆세입자 보호 특별법 검토


정부가 제정을 검토 중인 특별법에는 임차인이나 공공기관 등이 경매 임대아파트를 최우선으로 낙찰받을 수 있도록 우선협상권을 부여하고,경매된 아파트도 기본 임대 기간 중 입주자의 거주권을 보장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또 소액보증금 보호 범위를 확대하고 기금대출액과 보증금 합계가 시가 또는 낙찰가에서 차지하는 비율 등을 감안해 차등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부도 예방을 위해서는 임대주택을 단지별로 독립법인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는 단지별로 특별목적회사(SPC)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채권자들이 근저당이나 가압류 등을 설정하기 어렵고,건설회사가 다른 사업 때문에 겪는 자금난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건교부는 보고 있다.


또 임대기간 중에도 임대보증에 반드시 가입하도록 의무화해 준공 후 부도가 나더라도 보증회사가 보증금을 대신 돌려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지금도 임대기간 중 보증상품(임대보증금 보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선택사항이다 보니 가입 실적이 극도로 저조한 실정이다. 지난해 6월 말 첫 출시된 이 보증상품에 가입한 곳은 겨우 2곳(330가구)에 불과하다.



◆문제는 없나


정부는 지난 99년부터 다양한 부도 임대아파트 대책을 시행 중이지만 세입자들의 피해는 여전한 실정이다.


이는 이 총리나 국무위원들의 지적처럼 피해자 구제책보다 예방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교부는 곤혹스러운 눈치다.


가장 확실한 대책으로는 부도 아파트를 정부가 직접 매입하거나 근저당,가압류 등을 설정한 채권자의 빚을 부도업체 대신 갚은 뒤 세입자들이 계속 거주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주택기금의 1순위 저당권을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이 경우 정부예산이 대거 투입되거나 기금이 부실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세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얘기다.


모럴해저드에 빠진 부도업체에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


소액보증금 보호 확대 방안도 일반주택의 전세금 보호장치(소액 임차금 우선 변제권)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다분하다.


고양이 목에 과연 누가 방울을 달 것이냐의 문제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정부나 채권자,세입자 중 누가 더 부담을 지느냐의 문제"라며 "건교부가 과연 어떤 묘수를 찾아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