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을 위하여..' 감동을 두드린다..플라이셔 첫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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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에게 손은 생명이다.
손 부상은 피아니스트에게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
하지만 오른손이 마비되는 시련을 이겨낸 정상의 피아니스트가 있다.
미국 피아노계의 거장 레온 플라이셔(77)가 그 주인공이다.
192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4살 때 피아노를 처음 배운 플라이셔는 16살 때인 44년 뉴욕필하모닉과 협연하면서 데뷔,주목받기 시작했다.
52년에는 미국인 최초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무대에 얼굴을 알렸다.
당시 미국은 명피아니스트 윌리엄 카펠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직후.혜성처럼 등장한 플라이셔는 그 빈 자리를 메우며 피아니스트로서 모든 명예와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면서 오른손의 네 번째,다섯 번째 손가락이 조금씩 마비되기 시작했다.
37살 들던 64년부터는 아예 손바닥 안으로 꼬부라진 채 더 이상 펴지지 않았다.
희귀병인 '근육긴장이상증'(dystonia)'이었다.
한때 크게 좌절하기도 했으나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은 꺾이지 않았다.
그는 건재한 왼손으로 연주를 계속했다.
그렇게 활동해온 게 무려 40년.간간이 증세가 나아질 때면 양손으로 연주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왼손만으로 관객을 만났다.
그러던 중 2년 전 병세가 좋아지면서 기적적으로 회복됐다.
지난해 그는 40여년 만의 '완전한 양손 연주'를 기념하는 뜻에서 'Two Hands'라는 음반을 내놨다.
이 앨범은 클래식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만 10만장이 넘게 팔렸다.
플라이셔가 오는 6월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독주회를 갖는다.
오랜 투병기간에 왼손을 위한 레퍼토리를 꾸준히 개발했던 플라이셔는 이번 연주회에서도 조지 펄의 '왼손을 위한 연주곡'과 레온 커시너의 '왼손을 위하여' 등을 들려준다.
서울 공연에 앞서 27일에는 제자 이대욱이 지휘자로 있는 울산시향과 협연하고 28일에는 부산 문화회관 대극장에서도 독주회를 갖는다.
(02)580-1300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